최근 아파트 단지 등 중심으로 냉동탑차 이용 저가·세트 포장 판매 기승
원산지·유통기한 정보 全無…식탁 안전 위협·유통 질서 와해 등 부작용

타 지역 반입 축산물 유통과정 관리 규정 없어 “소비자 주의 당부”

원산지 단속 강화로 설 땅이 좁아진 가짜 한우들이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다.

시중 판매가격보다 많게는 5배 가까이 저렴한 가격과 화려한 포장으로 ‘신분’을 감춘 이들 가짜 한우들은 식탁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축산농가와 축산물 유통업계 등에 적잖은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제주시에서 한우와 제주산 돼지고기를 전문으로 취급하고 있는 고모씨(42)는 단골 고객이 들고 온 한우 선물세트를 보고 기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먹을 수 있겠냐”고 내민 쇠고기 포장에는 분명히 ‘한우’라는 문구가 있지만 내용물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는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최근 들어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좋은 물건(한우)을 유통마진을 없애 싸게 판다”며 가짜 한우를 파는 불법 상술이 고개를 들고 있다.

2등급 이상 한우만 해도 10~15㎏ 선물세트에 20만~30만원을 호가하지만 이들이 판매하는 상품은 사골와 우족 등을 포함해 5만~6만원 수준이다. 특히 냉동 탑차를 끌고 다니면서 산발적으로 물건을 판매하고 사라지는 수법으로 꼬리를 잡기도 쉽지 않다.

현행법상 허가된 영업장이나 영업장 앞 전시대를 제외한 길거리에서 축산물을 판매하는 행위는 축산물가공처리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다. 특히 축산물판매신고 없이 차량에서 판매하는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 차량 판매는 특산물전 등의 형태로 별도의 허가와 신고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냉동탑차 등을 이용해 도내에 축산물을 반입하는데 있어 별다른 관리 규정이 없어 추석 특수를 노린 가짜 한우 불법 판매 행위가 계속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제주산 돼지고기가 타 지역으로 반출되기 위해서는 생산농장에서부터 가공과정 등의 정보를 담은 ‘이력서’를 확보해야하는 것과 달리 타 지역에서 제주에 반입되는 축산물은 사정이 다르다.

국내 유통을 위해서는 정상적인 도축과정이나 수입 절차를 받는 만큼 운반·반입 과정에서는 별다른 확인을 하지 않는다. 택배 등을 통해 반입되는 축산물 역시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결국 원산지나 유통기한이 불분명한 축산물이 한우로 둔갑을 한다고 하더라도 현장을 적발하기 전까지는 손쓸 방법이 없다.

원산지나 등급을 허위로 표시한 경우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있지만 원산지 미표기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 데 그치는 등 솜방망이 처벌이 부정행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원산지를 아예 부착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의 대상에서 제외될 뿐만 아니라 과태료만 내면 되는 등 한몫을 챙기기에 무리가 없다.

고씨는 “1t 냉동 탑차 한 대만 돌아다닌다고 하더라도 2000만~3000만원의 돈을 벌어들이는 셈”이라며 “그만큼 소비자 피해가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한우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한우 농가나 축산물유통업체에까지 불똥이 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제주특별자치도 관계자는 “관련 규정 상 타 지역 축산물이 반입되는 과정에 문제를 제기할 방법이 없다”며 “신고 등이 접수되면 적극적으로 현장에 나가 불법 축산물이 유통되지 않도록 가능한 행정조치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립농산물관리원제주지원 관계자도 “불법 축산물 유통 행위가 인지된 만큼 축산물유통업체나 음식점 외에도 차량판매 등에 대한 단속도 실시할 계획”이라며 “추석을 앞두고 유사 판매행위가 잇따르는 만큼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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