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 ‘병실마다 원산지표시’ 모르쇠…배선실이나 게시판 이용 ‘형식만’
사설 학원 급식 법적 안전 사각지대 지적 “제도 현실적 한계 보완해야 ”

지난 7월부터 원산지표시제가 전면 확대됐으나 실효성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쇠고기’와 관련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관심이 집중된 데 반해 집단 급식시설 등에서는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소규모 학원 급식 등 ‘안전 사각지대’가 고개를 드는 등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관련 규정상 입원실을 갖춘 병·의원은 집단급식소 또는 위탁급식소로 규정, 병실마다 원산지 표시를 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병·의원은 임시방편으로 원산지를 표시하고 있어 정작 입원환자는 원산지를 확인하기 어렵다.

입원환자를 위한 급식을 제공하는 병원 중 대부분에서 환자식별 원산지 표시를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들 중에는 음식을 데울 수 있는 배선실에만 원산지 표시를 하거나 병원 게시판 등을 이용해 원산지를 알리는 소극적인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H병원 장기 입원환자 보호자인 김모씨(48·제주시 이도2동)는 “입원 후 개별식단에 원산지 표시를 한 것을 본 적이 없다”며 “환자식사 별로 원산지 표시를 해야한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집단급식을 하는 병·의원은 병실마다 원산지 표시를 해야한다. 개별식단마다 원산지 표시를 해야하는 만큼 환자 구성이 다양한 종합병원일수록 챙겨야하는 일이 늘게 된다.

‘집단급식소’에 포함되지 않은 사설 학원 급식 등은 법적으로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일반 유치원 및 초·중·고교의 경우 공공교육기관이자 ‘집단급식소’(1회 식사분량 50인 이상)로 신고, 관할 교육청과 일선 지자체로부터 정기적인 위생안전점검과 급식 시설물에 대한 지도점검을 받고 있지만 이들 학원들은 사정이 다르다.

학원법상 교습시설에 대한 허가만 받은 상황에서 급식 부분에 대해서는 관할 교육청에서 점검할 권한이 없고, 규모가 20~30명 이하 소규모인 경우는 식품위생법상 집단급식소로 신고되지 않는다.

이들 시설은 원산지표시제 적용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을 때 행정적으로 전혀 제재할 규정이 없다.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식당가에서는 “시행초기 관심과 달리 지금은 업주들만 고생하고 있다”는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주는 “매번 품질 좋은 고기를 구해오지만 그때마다 원산지 표시 등을 바꿔야하는 등 이래저래 불편하다”며 “국내산인지 아닌지만 구분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뿐더러 앞으로 적용 대상이 늘어나는 만큼 혼선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등은 이달말까지 계도기간을 거쳐 병·의원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추석을 전후해 한탕을 노린 원산지 허위표시나 미표시 행위에 대한 단속수위를 높이는 한편 오는 11월부터는 100㎡ 이하의 소규모 음식점에 대한 단속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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