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독촉에 강도 변신·처지 비관에 분신 시도 등 우울한 현상 꼬리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우울한 현상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

생계형에 체념 또는 우발적인 범죄 사례가 잇따르는가 하면 경제·가정적 어려움에 쉽게 목숨을 끊는 등 자포자기하는 서민들도 늘고 있다.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하수관 수리공으로 가장해 강도 행각을 벌인지 꼬박 하루만에 서귀포경찰서에 자수한 김모씨(41)는 경찰 조사에서 끝내 눈물을 보였다.

용역회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등 먹고사는데 큰 문제가 없던 김씨였지만 돈 200만원을 갚을 방법을 찾지 못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자수하기 전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는 심정을 전한 김씨는 범행 이후 단 한끼도 먹지 못할 정도로 심한 마음 고생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마음이 놓였는지 ‘김밥을 사달라’고 했다”며 “계획된 범행이라기보다는 급전이 필요해 순간 잘못된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새벽 시간을 이용, 서점 등에서 도서상품권과 현금 등을 훔친 혐의로 지난 25일 붙잡힌 김모씨(28)는 도서상품권 240장(240만원 상당)과 현금 80여만원 모두를 아이템 구입 등 인터넷 게임비로 탕진했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길을 가던 20대 여성의 휴대전화를 날치기(절도)한 혐의로 26일 불구속입건 된 김모군(18)은 훔친 휴대전화를 게임 등에 접속하거나 100여통 가량의 통화를 하는데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욱하고, 자포자기하고

지난 25일 부인과의 전화 통화 끝에 화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공중전화 부스를 부쉈던 윤모씨(27)가 재물손괴 혐의로 경찰서 신세를 졌다.

같은 날 늦은 저녁 자신의 방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양모씨(36)는 경찰 조사에서 최근 금전과 취직 문제로 가족들과 갈등을 겪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2일에는 자신의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등 힘들어진 처지를 비관한 60대 남성이 일선 파출소에서 분신, 전신에 화상을 입는 등 중태에 빠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사회과학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경기위축에 따른 서민들의 체념 정도가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사회적 고립감 속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할 수록 이러한 현상은 가속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관계자는 “경기 위축이 계속되다보니 범죄를 이용해 생활을 이어가거나 당장의 욕구를 해결하겠다는 심리가 생기고, 이로 인해 우발적 범죄가 늘어난다”며 “이내 후회를 하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는 자기합리화를 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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