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신·제주세무서장>

   
 
   
 

얼마 전 대학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다. 평소 술이라면 두주불사, 담배도 거침없이 피우고 호탕했던 예전 모습을 기억하고 있던 나는 무섭게 변해버린 친구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그는 5년 전에 술과 담배를 끊은 이후 지금까지 전혀 입에도 대지 않고 있으며, 그날 모임에 참석한 우리들에게 거의 간증에 가까울 정도로 술과 담배의 해악에 대하여 설파를 했다. 술을 끊은 이후 삶이 너무나 풍요롭고 또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모습에 나는 적잖이 놀랐다. 전혀 그러지 않을 것 같은 친구였기 때문이다. 2009년 기축년 새해가 시작됐다. 모두들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에는 다른 모습이 되고자 다짐도 하고 계획도 세웠을 것이다. 이런 시점에 아까 그 친구의 모습을 떠올리며 올 한해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할지에 대해 또한 대한민국 남자들의 경쟁력이라는 다소 거창한 주제로 생각을 해본다.

우선 외국 남자들과 술 문화의 비교를 통해 경쟁력을 살펴보자. 일본이나 미국·유럽의 선진국가치고 밤 12시나 새벽 2시 넘어까지 2, 3차를 거치며 술 먹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가 미국에서 생활할 때의 경험이다. 미국의 30·40대 직장인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대부분 오전 7시를 전후해 사무실에 출근한다.

맑은 정신으로 하루 업무를 일찍부터 시작해 점심시간도 없이(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햄버거 등으로 간단하게 해결) 오후 3~4시까지 업무에 몰두한 후 퇴근한다. 퇴근이후의 생활은 무척 단조롭다. 집으로 귀가해 취침 시간인 10시 전후까지는 가족과 함께 생활한다. 주말에는 항상 가족과의 행사가 우선이다. 물론 모든 미국 남성이 이런 생활을 한다는 것은 아니고 필자가 보아온 공무원 등 대부분 남자들의 생활모습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남자들의 생활은 어떠한가. 늦은 밤까지 술 먹고 다음 날은 출근시간에 겨우 맞춰 허겁지겁 달려 나와 오전 내내 두통과 하품으로 보내다가, 속 풀이 점심을 거하게 한 후 오후부터 일 시작해 밤늦게까지 야근을 하거나 아니면 또다시 술자리 모임에서 늦은 밤까지 귀가를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마디로 외국 남자들에 비해 업무 생산성과 체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2~3 시간동안 진행되는 국제회의에 참가해보면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말똥말똥한 눈으로 끝까지 회의에 전념하는 외국 남자들을 보면 참 체력도 강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다. 이들의 생활 사이클을 보면 생산성과 업무 몰두감에 있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우리나라 남자들이 술 문화 등 생활태도를 바꿔 경쟁력을 갖춰야만 한다는 게 필자의 강한 생각이다.

멀리 외국 남자들과 비교하기 전이라도 국내에서는 이제 여성들과의 경쟁에서도 뒤쳐지고 있다. 2008년 외무·행정고시 등의 여성 합격자 비율은 드디어 50%를 넘어 남성들을 앞질렀다. 공무원을 비롯한 각종 신규직원 채용시험 합격자를 보면 과반수이상이 여성이다.

대한민국 남성들이여 분발해야 할 것이다. 물론 모든 남성들이 다 이렇다는 것은 아니며 또한 남다른 장점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지만 대다수의 남성들은 필자의 제안에 수긍하는 바가 많을 것이다. 이제 오늘부터 술을 끊고 항상 깨끗한 정신으로 업무에 매진하며, 많은 시간을 가족에게 할애해 재충전을 하고 이를 생산성 및 경쟁력제고에 활용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대한민국이 비로소 선진국가로 나갈 수 있으며 후손들에게 건전하고 경쟁력 있는 대한민국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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