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지역아동센터 유소년 축구단

공차기 보다 경제적 부담 앞섰던 '어제' 털어 내고 오늘만큼 즐거운 내일 꿈꿔
'할 수 있다'자신감 생긴 것이 가장 큰 성과 "그냥 즐거운 일 계속 할 수 있게"

   
 
   
 
축구가 재미있는 이유는 '축구공'이 둥글기 때문이다. 어디로 튈지도, 결과가 어떻게 될지도 함부로 예측하기 어렵다.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손에 땀을 쥐게하는 긴장감도 더해진다.

둥근 축구공처럼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또 미래의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아이들로 이루어진 축구팀을 만났다.

제일지역아동센터 유소년 축구단 TOP FC는 창단 2년만에 12전 전승이라는 눈이 번쩍 뜨이는 성적을 거뒀다. 평소 공에 일가견이 있는 아이들이 아니었다는 말에 더 눈길이 간다.

지난 7일 올해 첫 훈련이 열린 제주시 청소년 수련관 운동장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겨울은 멀리 가고 없었다.

옷깃을 파고드는 찬 바람에 지켜보는 사람들이 어깨를 움추리는 것과 달리 모처럼 탄력을 받은 아이들의 발놀림은 계속해 빨라졌고 이마에는 어느새 땀방울까지 맺혔다.

도내 유소년 축구 대회인 '해피 드림킥 1·2회 대회 각3전 전승 우승, CJ 도너스 캠프 전국 축구대회 3전 전승 우승 등 화려한 성적표 뒤에는 밝지만은 않았던 '어제'가 있었다.

'TOP FC'는 지난 2006년 11월 제주시사회복지협의회와 제주특별자치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 후원으로 도내 지역아동센터를 중심으로 8개 축구팀이 만들어지면서 생겼다.

시작은 녹녹치 않았다. 어려운 가정환경과 한쪽 부모가 없거나 아예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보는 아이들이 대부분인 탓에 '공을 찬다'는 말에 격려보다는 비뚤한 시선이 먼저였다.

부모들부터 '뻔한 살림에 무슨 운동이냐'며 아이들을 만류하고, 축구단을 시작한 센터에 불만의 화살을 돌렸다.

축구용품이 지원되고, 순회코치에게 아이들이 맡겨지면서 확실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우승'소식이 전해지면서 부모들도 달라졌다.

한명 두명 운동장에 찾아와 아이들을 응원하고, 홈페이지에 올라온 동영상을 확인하는 등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달라졌다. 자신들이 선택하지 않은 가정 형편 등 외부적인 이유로 늘 주눅들었던 아이들의 목소리부터 커졌다.

사는데 급급해 아이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아꼈던 어른들이 달라진 모습을 확인하고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되는 등 기분 좋은 변화가 가져온 결과는 컸다.

축구를 하면서 저절로 팀워크도 배우고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얻은 아이들은 축구공이 아닌 다른 곳으로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꿈도 커졌다.

'축구를 한지 이제 1년이 됐다'는 현승호군(인화초3)은 "유니폼을 입고 형·동생들과 공을 차는게 그냥 좋다"며 "올해도 전국대회에 나가서 모두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싶다"고 말했다.

박영식 원장도 "아이들의 모습에 센터 선생님이나 부모님 모두 힘을 얻는다"며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꺾이지 않도록 관심이 계속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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