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장기화로 어려운 서민을 돕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나오고 있다.

행정인턴제가 확대 운영되고 사법기관 등에서도 앞다퉈 민생침해범죄 대책을 강구하고 당장 생계가 어려워지는 데 따른 탄력적인 법 적용을 제시했다.

먹고살기 어려운데 '도와주겠다'는 말 한마디는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만큼 고맙다.

하지만 '기준'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으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확산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제주지방법원은 13일 제주 서부 중산간을 돌며 비료며 농기계 등 600여만원 상당을 훔쳐 자신의 창고에 보관한 60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증거가 확실한데다 도주 우려가 없고 무엇보다 '생계유지를 위해 남의 물건에 손을 댄'생계형 범죄라는 게 이유다.

구속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죄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농사를 위해 꼭 필요한 비료며 농약살포기·스프링클러 같은 농기구를 한순간에 잃어버린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슴을 칠 노릇이다.

농사를 짓고도 제값을 못 받아 빚만 쌓이는 상황에 목돈을 들인 농기구며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눈만 뜨면 오르는 비료 가격을 무시하기 어렵다.

게다가 조사과정에서 제대로 사용법도 모르는 농기구를 무작정 훔친 정황까지 확인됐다.

정작 생계에 위협을 받을 만큼 피해를 입은 입장은 뒷전으로 밀리고 '먹고살기 위해 훔쳤다'는 상황이 우선되는 상황이 더 야속할 만 하다. '장발장'식 범죄를 이해는 하더라도 눈감아 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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