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표·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 회장>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문화콘텐츠가 경쟁력의 원천으로 강조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올해 '문화로 생동하는 대한민국'을 화두로 내걸었다. 현대관광의 주요한 흐름도 문화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스토리텔링을 강조한다. 이제 우리는 창의성과 상상력을 원천으로 하는 문화적 요소가 체화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콘텐츠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맞아 '신화'가 재조명되고 있다. 출판계에선 서양문명의 모태라 할 수 있는 그리스로마신화가 교양서로 만화로 영어학습교재로 장르를 불문한 출판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소위 원 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use)의 원형으로 신화가 다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신화가 콘텐츠 시대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며 제주의 1만8000여 신들도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신화 전문가이자 소설가인 이윤기씨는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가 주최한 제주도 신화캠프에서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개벽신화가 존재하는 곳이며, 고유의 신화들이 살아 숨쉬는 신화의 보고로 문화 유산적 가치가 크다"고 설명하며 "특히 우리나라 본토 신화는 불교 등 이데올로기에 의해 오염된 경우가 많지만 제주의 신화는 원시 신화 그 자체로 인간들의 삶에 녹아있어 제주도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중요한 콘텐츠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제주 신화의 가치를 평가한 바 있다.

그동안 제주의 신화는 지역의 신화연구가들의 노력으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한국문화예술의 중요한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제주의 구전신화인 '원천강 본풀이' 가운데 시간과 운명의 여신 '오늘이'의 이야기가 '시간의 꽃, 오늘이'라는 현대발레로 환생하고, 국립국악원은 어린이음악극 '오늘이'를 무대에 올렸다.

또 어린이청소년 전문 연극집단 북새통의 대표 레퍼토리인 '가믄장 아기'가 오스트레일리아 아들레이드에서 열리는 제16차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세계총회 및 아동극축제에 공식 초청을 받았고, 제주의 식신 궤네깃또가 TV용 에니메이션으로 탄생하며, '농사의 신 자청비'가 만화로 보는 우리 신화 시리즈로 출간됐다.  

이제 1만8000여 신들의 강림을 자양분으로 새로운 문화콘텐츠의 시대를 열어나가는 것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 될 것이다. 제주의 1만8000여 신들이 살아 숨쉴 수 있는 창작기반을 만들어내고, 제주는 물론 한국과 세계 곳곳에서 난장을 칠 수 있는 유통망을 확보하고, 전 세계인들이 제주의 1만8000여 신들을 만나기 위해 제주를 찾을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 나가는데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작년 제주특별자치도와 모 일간지가 공동개최한 '1만 8000여 신을 활용한 전국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공모전'은 매우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며, 올해 이를 상품화하는 2단계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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