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호·한전제주특별지사장>

   
 
   
 
국제유가의 변동에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석유소비국들의 경제성장률 및 물가와 경상수지는 민감한 반응을 나타낸다. 특히 석유수입국인 한국은 그 타격이 심해 국제유가와 경제성장률 및 국제수지는 서로 음(-)의 상관관계를 갖는다.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국제유가의 상승에 따라 원자재 가격 및 국내물가 상승은 물론 수출 경쟁력 약화라는 결과를 가져와 국제수지 악화에 이르게 된다.

또한 지난해 2월초 944원이던 원-달러환율은 고공비행을 하며 만1년 사이에 1400원대로 급등해 우리나라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했다.

그런 가운데 필자가 몸을 담고 있는 한전은 지난해 국제유가 인상 및 환율상승으로 인해 사상최초로 2조6500억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평균 국제유가 70달러, 기준 환율 1200원대로 전망돼 약 2조7700억의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전망에는 국민들의 전기 과소비 성향도 한몫을 하고 있다.

얼마 전 모 경제일간지 사설에서 한국사람 1인당 전기소비량이 일본을 추월했다며 요금 현실화를 통해 전력 과소비를 막아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전력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국의 1인당 전력소비량은 7607㎾h로 일본의 7372 ㎾h를 이미 넘어섰고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G7 선진국을 앞질렀다.

이는 최근 유가의 급등으로 에너지 소비형태가 석유나 가스, 석탄을 대신해 값싼 전기로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한국은 국내 전력생산에 필요한 에너지원의 97%가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나 서민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전기요금을 쉽게 올리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982년 이후 20여년 동안 국내 소비자 물가는 178%나 오른 반면, 전기요금 상승률이 9.4%에 그친 사실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시장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소비자의 심리는 소득의 증가와 함께 생활의 편의성을 추구하게 되고 이는 에너지 과소비 성향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 사이트에 전기요금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에너지 소비의 왜곡현상을 지적하며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기사들이 많다.

한 블로거의 논지를 빌어 요약하면 '미국은 1970년대 석탄가격이 급등해 전기사업자의 재무 건전성이 크게 흔들리자 연료비가격 변동에 따라 전기요금이 달라지는 연동제를 도입했으며, 일본도 1996년 전기요금에 대한 연동제를 도입했다'며 '연동제가 전기요금의 안정화를 도모하는데 목적이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전력수요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에너지 소비형태를 건전한 방향으로 유도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의 전기요금 체계도 연동제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히고 있다.

전기는 현대문명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원이며 석유, 가스, 석탄등과 달리 2차 에너지로 분류되는 공공재이다.

열량기준으로 100kcal의 효율을 가진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200~300kcal의 열량을 가진 화석연료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므로 자원 빈국인 한국에서 화석연료를 대신한 전기사용의 증가는 에너지 의 효율적 이용측면에서 보면 비효율적이라 할 수도 있겠다.

지난해 7월 국제유가가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환율 급상승으로 나라경제가 어려움으로 이어졌던 일들을 되짚어보자. 전기에너지 절약도 중요하지만 자린고비의 정신으로 석유, 가스 등 1차 에너지원을 절약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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