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화의 그늘에 갇힌 4·3희생자 이야기
제주4·3연구소, 구술채록집「그늘 속의 4·3」발간

   
 
  1949년 4월 귀순한 중산간 지역 주민들이 수용소에서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4·3연구소 제공)  
 
제주4·3 60년이 지났다.

지난 2000년 4·3특별법이 제정되고 4·3위원회가 진상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4·3의 실체를 밝혀내기 위한 일련의 움직임이 제도화의 국면을 맞으며 4·3은 화해와 상생을 분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보수우익세력이 4·3위원회가 심사 결정한 희생자 중 일부를 폭도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4·3 왜곡은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주4·3연구소(소장 박찬식)가 4·3 60주년을 즈음해 착수한 구술채록집이 모습을 드러냈다. 제도화의 그늘에서 소외받고 있는 4·3희생자와 유족들이 아직 이 땅에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의 삶을 지금 기록해두지 않으면 앞으로 4·3관련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4·3연구소는 지난 2007년 60주년 구술채록집 발간을 위한 구술채록팀을 구성, 올해 초까지 채록 작업을 벌였다. 

총 310쪽의 양장본에는 그늘 속에 갇힌 4·3희생자 10명의 이야기가 담겼다. 당시 겪은 고문후유증으로 평생을 고통 속에 살고 있지만 '후유장애인'으로 인정받지 못한 희생자, 희생자로 신고했지만 이름 난 활동가라는 이유로 신고철회를 종용받고 제주4·3평화공원에서 위패가 철거된 희생자 유족, 여러 가지 이유로 아예 희생자 신고조차 하지 못한 유족 등 다만 그때 제주에 살았다는 이유로 일생을 저당잡힌 이들이 60년 통한을 풀어냈다. 

4·3연구소의 증언채록집 발간은 이번이 세 번째다. 연구소는 지난 1989년 개소기념으로 「이제사 말햄수다 1·2」를 발행한 바 있다. 당시 구술집이 4·3의 기억을 갖고 있던 사람을 찾아 고난의 기억을 터뜨리게 한 출발점으로서 의미가 있다면 이번 책은 정부가 개입한 4·3 제도화 국면속에서도 소외된 이들의 웅숭깊은 이야기를 통해 4·3이 아직 진행중인 사건임을 알리는 데 방점을 둔다.  

구술 채록과 정리에는 허호준(구술채록팀장, 한겨레 기자) 허영선(전 제민일보 편집부국장) 김경훈(시인) 4·3연구소 장윤식(실장) 김은희 강수경 고성만 김명주 송지은 연구원과 제주4·3사업소 강순희씨가 참여했다.

박찬식 소장은 "기억을 드러냄으로써 이들이 '그늘 속 삶' 에서 맺힌 상처를 조금이라도 덜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제주4·3평화기념관에 구술자료 기록관이 생겨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선인·2만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