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작고작가지상전> <20>박충검
한국성은 과거 아닌 지금 화가가 선 곳에서 찾아가는 것
자연 닮은 색·단순한 구도·무경계의 경계 추구 등 특징

   
 
   
 

화법을 찾는 일은 고행(苦行)이다. 화가들은 자신이 에너지를 쏟아부을 주제와 방식에 대해 신중하면서도 실험적이고 때로 학구적이면서 파격적으로 접근을 시도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화가들이 전통과 현재를 고민한다. 전통은 자신의 세계와 연관을 짓는 시간의 맥이고 현재는 앞으로 만들어갈 전통의 다리를 준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충검은 한국화가로서 자신의 조형성을 찾기 위해 사실적인 풍경에서부터 기호적인 구상까지의 폭넓은 조형성의 세계를 넘나들었다.  평면에서 입체로, 사각에서 입방체로, '그리는 행위'에서 '만드는 행위'로 일생 다양한 실험을 보였다.

故 박충검은 1946년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에 부산으로 건너가 부산 영선교와 부산 대신중, 경남상고를 졸업하고 서라벌예대를 수료했다. 해병대 만기 전역후 동아대 회화과와 계명대대학원을 졸업, 이후 신라대 등에서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2005년에 타계했다.

 

   
 
  박충검작 '회고'(1982년작)  
 

   
 
  박충검작 '무제'(1993년작)  
 

한국적인 형태는 지나온 시대마다 달랐고 전통은 이미 고착된 한국적인 형태일 뿐이다. 박충검은 '한국성은 결국 과거로부터 빌려오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인 화가 자신이 선 곳에서 출발해 보이지 않는 곳까지 이르며 찾아내야 하는 지난한 과정'으로 생각했다. 때문에 화가 박충검에게 한국성 찾기는 자신의 자리에서 시작되는 현재진행형이었다.

박충검이 취하는 회화적 방식은 채색에서 진전되어 자연의 색으로 회귀하는 듯 보인다. 초기에서 말기까지의 작품 주제의 흐름은 분명 박충검이 찾고자 하는 일관적인 색채가 있다. 사람이 나이를 먹을수록 복잡한 것보다 단순한 것, 화려함보다 질박한 것을 좋아하 듯 박충검은 전통에서 찾아온 형태를 점차 버리고, 화려하고 꾸밈이 있는 색을 버리고, 세세한 선과 눈에 띠게 분할되는 구도를 버리고, 있는 듯하기도 하고 없는 듯하기도 한 무경계의 경계를 추구했다.

색채 또한 오방색의 화려한 배색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해를 거듭할수록 색채의 대비는 더욱 화려하고 배경 공간은 단색의 단아함을 취했다. 부분의 강조는 화면의 리듬과 긴장감을 위한 채택이었고 고요하고 잔잔함 속에서 튀어나오는 진한 색채의 울림은 한지가 물에 젖듯이 그림자처럼 번져갔다.  

그것은 바로 합일(合一)되는 것, 색도 형태도 있으면 되는 것일 뿐 확장도 진출도 후퇴도 보는 사람에게 맡겨 버리는 그 관점이 바로 그가 찾은 진정한 한국성인지 모른다.

그는 열정적인 자신만의 한국 색 찾기 만큼이나 매우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일생 국내외에서 개인전을 열한차례 치렀으며 제주도미술대전·부산미술대전 심사위원과 부일미술대전 운영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제주도에는 남녕고에 박충검의 병풍 작품이 남겨져 있다. 

미술평론가 김유정
정리 문정임 기자 mungdang@jemin.com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