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 온 편지> (3) 백자필세

   
 
  백자필세. 단아한 색상에 유례없는 독특한 모양으로, 검소한 생활을 추구한 사대부들의 품격을 보여주는 듯 하다.   
 


사회가 안정되고 경제가 나아지면 사람들이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듯 하다. 조선시대 후기에 들어 정치와 경제가 안정되면서 많은 분야의 문화가 날로 발전할 즈음, 백자 제작에서도 여러 가지 형태와 무늬가 많이 차용됐다.

조선 사대부들의 미적 취향이 담긴 문방구가 특히 그러했는데, 먹을 갈 때 쓸 물을 담는 연적, 붓을 꽂아 두는 필통, 붓을 씻는 그릇 필세, 종이를 말아 담아 두는 지통 등 다양한 쓰임의 문방구들이 백자로 만들어진다.

오늘 소개할 '백자 필세' 역시 그 중 하나. 붓을 씻기 위한 그릇으로 독특한 모양이 눈길을 끄는 백자다.

대부분의 필세는 붓을 씻기 편리하도록 대접이나 원의 형태에,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 하는 방식으로 무늬를 표현하는 정도에 그친다. 그런데 이 필세는 가운데 부분에 물을 담는 공간이 있고, 그 바깥쪽으로 바람개비 형태로 네 개의 칸이 나뉘어져 있다. 정확한 용도는 알 수 없으나, 먹의 농담을 조절하거나 안료를 풀어 쓰는 공간으로 사용했던 것 아닐까 짐작된다.

단아한 색상에 유례가 없는 독특한 모양으로 검소한 생활을 추구했던 사대부들의 취향을 반영한 듯 깨끗하고 단정한 느낌을 준다. 조선시대 필세 중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작품중 하나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사랑방에 걸맞는 단아함과 품격이, 마치 조선 사대부의 삶을 살짝 엿보고 있는 듯도 하다.

높이 8cm, 지름 16cm 크기의 19세기 제작품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국립제주박물관 신명희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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