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4·3문화아카데미 강의서 현혜경 제주대 강사 주장

   
 
   
 
"후손들은 당시 4·3이 아닌, 기념의례 속 4·3의 정신을 기억한다. 때문에 의례의 경직화에서 벗어나 진정한 4·3의 정체성이 담긴 의례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4·3평화재단이 주최하는 4·3문화아카데미가 지난 4일부터 제주4·3평화기념관에서 매주 열리고 있는 가운데, 18일 현혜경 제주대 강사가 이같이 주장했다.

현씨는 이날 ‘4·3기념의례의 양상과 변화’ 주제 강의에서 “사건의 진정성과 정체성을 제대로 담지 못한 기념의례는 사건을 단일화시켜 후손들에게 오히려 망각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우려, “4·3위령제에 4·3의 정체성을 재현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씨는 4·3 사건 이후 4·3 기념의례를 시기별로 나누어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승만 정권이 반공이데올로기 담론 확대를 위해, 해방정국에 일어난 일련의 국가폭력 사건에 대해 국가의 공식적인 기념의례방식으로 시작한 충혼위령제가 일제와 미군정, 유교적 의례를 혼합한 방식이었다”고 지적한 뒤 “4·3위령제가 절차나 식순, 용어와 의례의 경직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충혼위령제를 점차 닮아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씨는 “위령제에서 유족들에게 애국가가 적힌 종이를 나눠주며 부르도록 하거나 ‘국제자유도시’‘평화의 섬’ 등 4·3 외적인 가치가 더 자주 인용되는 것은 분명 4·3위령제가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있는 것”이라며 “4·3을 후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식순의 문제보다 아이들이 보다 직접적으로 4·3을 이해 할 방책 마련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위령제 경직화와 관련, “유족 전체를 단일 개념으로 묶어 대상화하는 것은 이들 몸에 각인 된 국가에 대한 상처와 경계심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고 전제, “‘4·3유족’이라는 전체집합 안에 서로 다른 기억과 시각을 가진 유족들이 다양한 층위로서 존재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글=문정임 기자 mungdang@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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