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현장) 식품안전보호구역 시행 한달째
애매한 법규정 업주들 반발…단속 한계
“단속이라해도 한번 쑥 훑고 가는게 전부”

 지난 1일 A 초등학교 앞 분식점. 시계가 오후 12시 반을 가르키자 그동안 멈춰져 있던 슬러시 기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의 하교 시간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슬러시 기계에 담긴 음료는 콜라, 환타 등으로 예로부터 초등학생들에겐 '자극적인' 식품들이다.

 어린이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삼삼오오 떼를 지어 분식점을 찾아온 뒤, 저마다 한손에 슬러시, 핫도그 등을 든 채 집으로 향한다.

 이들의 손에 들린 음식들 하나같이 '고열량 저영양 식품(정크푸드)'으로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에 따라 초등학교 주변 200m 범위안에서는 판매될 수 없는 것들이다.

 핫도그를 손에 쥔  학생에게  "학교나 집에서 이런 음식 사먹지 말라고 하지 않았냐"라고 묻자 "집에서 사먹지 말라고는 하는데 싸고 맛있잖아요"고 태연한 대답이 돌아온다.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이 시행 한 달째를 맞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별다른 변화를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홍보·준비 부족과 애매모호한 법 규정으로 인한 불안과 불만의 목소리만 산적해 있다.

 초등학교 주변을'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그린푸드존 : Green Food Zone)'을 지정한다 하더라도  '우수업소'로 등록되지 않은 업소에 대해서는 특별법에 따라 제재할 만한 법적근거가 없다.

 특별법에 따르면 1회 제공량당 열량 250㎉, 포화지방 4g, 당류 17g을 초과하거나 단백질 2g 미만인 간식용 어린이 기호식품을 어린이 고열량 저영양 식품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업주들 스스로 열량·당류 등을 구분할 재간도 없을 뿐더러, 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법 시행과 관련, 업주들 사이에서 반발이 심해 '그린푸드존'이 정착되기 위해선 앞으로의 여정이 '험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ㅅ 초등학교 앞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고모씨(제주시·여·41)는 "버젓이 공장에서 출고되는 식품을 그린푸드존이라고 해서 다자고짜 우리보고 팔지 말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발상이다"며 "애초부터 '팔지 못하는 식품'은 아예 만들지 못하게 해야지 무조건 팔지 말라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주먹구구식 지도·단속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초등학교 인근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한모씨(제주시·52)는 "단속이라 해봤자. 쑥 한번 훑어 보고 가는 것이 전부"라며 "슬러시 제품에 '오렌지 원액을 넣고 파는 것은 가능하냐'고 물으니까 지도 단속원은 '나중에 알려주겠다'는 애매한 답변만 하고 가더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시행된지 얼마되지 않아 지도·단속이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지도·단속을 강화해 나가면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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