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문화공원 주최 세미나서 현용준 교수 등 제기

   
 
   
 
'설문대할망'을 제주도의 창조여신으로 볼 수 있을까.

설문대할망에서 제주도의 시작과 정체성을 찾으려는 설문대할망제가 15~17일 제주돌문화공원에서 열린 가운데 16일 '탐라에서 신화를 말하다' 주제 세미나에서 이같은 엇갈린 주장이 제기됐다.

현용준 제주대 명예교수는 이날 '탐라시조신화의 새로운 해석' 주제 발표를 통해 "설문대할망 설화를 창조신화로 구분할 것인지의 여부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현 교수는 "설문대할망 설화속에는 치마로 흙을 나르다 떨어뜨린 흙이 360여개의 오름이 됐다는 것 외에 제주도 전체 지형을 창조했다는 내용이 들어있지 않다"며 "설문대할망은 단지 여성을 존중하던 시기 형성된, 거녀성을 담고 있는 신화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현교수는 이어  "설문대할망이 수심을 재기 위해 물장오리에 들어갔다 빠져죽은 것은 해양민족이 흔히 갖는 '국토부동관'에서 나온 이야기이고, 아들로 묘사되는 오백장군 이야기는 설문대할망과 관계성이 전혀 입증되지 않은, 거석전설에 나온 주제가 효인 이야기중 하나 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조현설 서울대 교수는 '마고할미·개양할미·설문대할망' 주제발표를 통해 "설문대할망이 제주도의 지형 형성(창조)에 관여했다는 것, 몸집이나 성기가 매우 크고 배설량 또한 엄청난 거인이라는 점"을 들어 설문대할망을 창조여신으로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조교수는 "이처럼 지형을 창조하는 거인적 면모는 설문대할망외에도 강원도(노고할미), 서해안(개양할미), 황해도(황애장수할미) 등 한반도 전역에서 찾을 수 있다"며 "이들은 '마고할미'(전설에 나오는 신선 할미)의 전형으로 지형 창조에 참여한 창세여신"이라고 구분했다.

조교수는 그러나 "설문대할망이 물장오리에 빠져 죽었다거나 옷 제작을 (신이 아닌) 인간들에게 의뢰한 점, 옷감 모이기 실패가 다리 놓기의 실패로 연결되고 이후 가정의 일원이 된 점 등, 설문대할망이 이후 창조신으로서의 능력이 약해진 것으로 형상되는 일련의 설화적 상황에 대해서는 "한반도와 탐라지역의 제의체계가 여성이 아닌 남성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발생한 필연적 결과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글 사진=문정임 기자 mungdang@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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