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련, '모델서점' 운영…공간개선·문화행사 등 활로 모색
오프라인의 현장성 살려 '소통' 있는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학원직납과 온라인 서점의 활기 등으로 서점이 고사하고 있다. 최근 몇년새 도내 서점의 30%, 전국 서점의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다. 조합 차원의 학원직납 근절 움직임과 함께,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 가운데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문화 향기 입은 서점'이 시범 운영되면서 동네서점의 미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 도내 서점들이 학원직납, 온라인서점의 활기로 인해, 영업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문정임 기자>  
 

  △ 서점에서 문화를 만나다
지난 4월. 서울의 한 서점에 사람들이 가득 들어찼다. 이날 이곳에서는 밴드와 작가가 낭독의 시간을 열고 있었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스에요시 아키코의 「노란 코끼리」, 이순원의 「19세」 등 명서의 구절구절이 이들의 입을 통해 읽히는 동안, 사람들은 낭독이 주는 '희한한' 매력에 점차 빠져들었다.

사람들은 그저 책을 파는 줄 알았던 서점에서 문화적 감성을 조우하자 마치 아주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는 듯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좁은 공간이기에 낭독자의 작은 숨결이 보다 생생하게 전해졌다. 이어진 대화에서 작가는 시 쓰기와 감상법에 대해 조언하기도 했다.

  △ 해법을 찾아라, '모델서점'
"어렵다 어렵다"했지만 4~5년전부터는 정말 어려워졌다. 특히 가장 타격을 크게 입은 곳은 33㎡(10평)이하의 '꼬마 서점'들. 1997년 2700곳에 이르렀던 이들은 현재 100여곳만 남아 동네서점의 어려움을 대변하고 있다. 이날 100㎡ 남짓한 공간에서 벌어진 낭독회 풍경은 동네 서점들의 변화 몸부림의 단면이다.

여기서 한국서점연합회(서련)의  '모델서점'사업이 시작됐다. 서점 스스로가  서점의 미래 운영 모델을 찾아 나선 것이다.

모델서점이란, 사라지는 서점을 지역의 작은 문화거점으로 활용, 주민이 독서를 하거나 이따금 문화를 접하는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서련이 문광부의 지원을 받아 추진하는 사업이다. 올해 처음 시작돼, 현재 서울과 울산지역에서 각 1곳씩 시범 운영되고 있다. 이날 행사가 벌어진 서점은 그중 한 곳이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모델서점'이 동네서점의 미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서점신문제공>  
 

  △ 희망 담긴 변화
동네서점이 모델서점으로 바뀌면서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진열 방식이다. 기존 제목 위주로 꽂혀있던 책들은 표지 중심의 진열방식으로 모습을 바꿨다. 참고서와 베스트셀러 위주였던 책들이 주민들의 요구를 중심으로 보다 다양하게 구비됐다. 서점들은 신뢰있는 출판사의 권장 목록을 참고, 책을 엄선하는 데 더욱 열중하고 있다.

북카페와 이벤트 공간도 마련됐다. 기본적인 독서가 가능하도록 탁자가 놓여지고, 음료가 제공됐다. 이벤트 공간에서는 일주일에 한번 가량, 저자를 초대해 마련하는 시 낭독회·강연회 등 거창하지 않은 문화행사가 벌어진다.

모델서점 외에도 음악감상실을 갖추거나 지역 독서클럽에 장소를 제공하며 자구책을 찾아가는 개별 서점들의 움직임도 점차 늘고 있다.

  △ '소통' 의 지점 찾기
결국은 소통이다. 서점은 과거에도 책만 파는 곳이 아니었고, 앞으로도 책만 파는 곳이어서는 안된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만날 수 없는 다른 형태의 문화적 소통과 감성이 충전돼야 한다.

온라인이 편리함과 할인율로 고객을 끈다면, 오프라인은 현장성을 강점으로 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단순히 책을 진열하고 손님을 기다리는 구태에서 벗어나, 문화적 감성이 숨쉬는 공간으로 변화하기 위해 지역과 개별 서점의 특징에 맞는 각 매장의 문화적 소통 지점을 찾아야 한다. 

서점에서 만난 한 고객은 "매번 서점을 찾지만 간단한 편의시설 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고 토로, "하지만 서점에서 이같은 문화적 변화가 일어난다면 인터넷서점과는 또 다른 역할을 수행,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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