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 사실에 근거, 표현의 자유 침범 인정 안 돼

오는 8일 공개되는 '친일인명사전'에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위암 장지연의 이름을 빼달라며 후손들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모두 기각됐다.

서울북부지법 민사13부(서창원 부장판사)는 박 전 대통령의 아들 지만 씨가 친일인명사전에 박 전 대통령을 싣는 것과 사전 배포를 금지해달라고 낸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 전 대통령에 관한 부분은 “주된 내용이 주요 경력에 대한 서술로 보이고, 참고문헌을 상세히 밝혀 진위 여부는 충분히 확인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지난 6일 언론에 공개된 이른바 ‘혈서’와 관련된 부분은 만주신문 원본(1939년 3월 31일자)을 게재한 후 이에 대해 기술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어 “친일인명사전은 학문적 의견을 밝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사전의 발간 목적이 공공의 이해와 관련이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박정희에 관한 내용을 수록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었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사12부(배준현 부장판사)도 위암 장지연의 후손과 기념사업회가 낸 친일인명사전 발행 및 게제금지 가처분 신청을 이날 기각했다.

재판부는 “장지연을 친일인명사전에 싣는 것이 폄하하거나 비난 또는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것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사전은 장지연의 경남일보 주필 역임과 매일신보에 게재한 다수의 글 등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것으로서 허위사실에 기초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달 20일 친일인명사전 수록대상에 오른 화가 장우성 전 서울대교수와 일제강점기 검사를 지낸 엄상섭 전 의원의 후손들이 연구소를 상대로 낸 ‘친일인명사전 발행 및 게시금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한 바 있다.

오는 8일 발간대회를 통해 공개되는 친일인명사전은 연구소가 편찬하는 친일문제연구총서 가운데 인명편에 해당하는 총 3권으로, 식민지 시절 일제에 협력한 인물 4천 370여 명의 행적이 담겨있다.

수록된 인물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장면 전 국무총리, 언론인 장지연, 무용가 최승희, 음악가 안익태, 홍난파, 현상윤 고려대 초대 총장 등 유력 인사들이 포함됐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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