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특별법 서명식에 참관하고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지난 1월 11일 청와대에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서명하셨다.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가슴 뭉클한 순간이었다.

 4·3특별법 관련해 초대받은 우리 일행 8명은 가슴 설레며 서울행 항공기에 몸을 실었다.김포공항에 내려 경복궁 주차장에 도착하니 전국에서 모인 개혁입법 관련자 44명도 와 있었다.우리 일행 8명과 합해 모두 52명이 버스에 탑승하여 청와대로 향했다.

 청와대에 도착하여 안내원을 따라 휴게실에서 간단한 다과를 나누고 있는데,행정자치부·법무부·문화관광부·노동부·보건복지부 장관과 법제처장,그리고 대통령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등이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곧 청와대 인왕실로 자리를 옮겨 지난해 말 정기국회에서 통과된 4·3특별법 서명식을 가졌다.그 가슴 뜨거웠던 역사적인 순간은 1월 11일 오후 4시 30분이었다.

 김 대통령께서는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된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대해 국무회의를 거쳐 이날 서명하신 것이다.그리고 이날 서명식에는 각종 개혁입법과 4·3특별법 제정과 관련된 유공 민간인이 초청된 것이다.이처럼 이례적으로 민간인을 초청해 서명식을 갖는 것은 처음이라고 청와대 관계자가 말하였다.

 김 대통령께서는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4·3특별법에 서명하셨고,서명에 사용하신 펜을 박창욱 4·3유족회장에게 전달하셨다.

 그 순간 우리 일행은 감격의 박수를 보냈으며,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그리고 우리 제주도를 세계적인 평화와 인권의 메카로 우뚝 세울 것을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그날 김 대통령께서는 “4·3특별법은 우리 나라 민주화 도상에 금자탑이 될 것이며,오늘의 서명은 우리 나라 민주화에 큰 이정표가 될 것”이라면서 “인권을 존중하는 나라,정의와 양심이 살아 있는 나라임을 입증하고 앞으로 법을 잘 운영하여 관련 법안이 조기에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참석자들에게 협조를 당부하셨다.

 우리 일행은 김 대통령의 말씀에 진심으로 감사와 경의를 표했다.그리고 대통령 내외분과 악수를 나누면서 영광스런 청와대 방문을 마쳤다.

 이 감격적인 순간이 있기까지 그동안 4·3특별법 제정을 위해 성원을 아끼지 않고 보내 주신 모든 분들께 유족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그리고 이번 서명식 행사를 주관한 정부 당국에 감사드리며 법이 잘 실행될 수 있도록 협조와 성원을 부탁드린다.

 이제 법이 공포됐고 앞으로 3개월 가량이 지나면 시행령이 발효돼 4·3문제 해결을 위한 각종 조치들이 취해진다.첫 출발이 중요하므로 우리 모두 지혜와 중지를 모아야 한다.영혼들에게 부끄럽지 않게,그리고 후회가 없도록 착실하게 사업이 진행되기를 기원한다.그래서 우리 제주도를 세계적인 평화·인권의 메카로 가꾸어 나가야 한다. <김두연·4·3유족회 부회장><<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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