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현장] 여성긴급전화 제주1366센터 상담원

   
 
  지난 5일 여성긴급전화 제주1366센터에서 센터장 이루치아 수녀와 전정율씨 등 상담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여성긴급전화 제주1366센터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남편 때문에 속상해서 죽을 지경이다.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제주1366센터 상담원에게 말을 건넨 한 여성은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다.

가정에서 벌어진 문제를 장기간 가슴속에 담아두다가 결국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자신의 처지가 참고 견딜 수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주1366센터로 전화를 건 이들은 모두가 절박한 심정이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에 처한 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제주1366센터 상담원들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 1998년부터 운영된 여성긴급전화 제주1366센터에는 11명의 상담원이 근무하고 있다.

2008년까지만 해도 전화상담만 받았으나 지난해 현장상담원 2명을 추가 배치, 위기가정을 직접 다니며 각종 지원에 나서고 있다.

제주1366센터는 가정폭력과 성폭력, 성매매 등 각종 범죄로부터 여성을 지키기 위한 시설로, 24시간 운영되고 있다.

또 폭력 등 위기상황에 처한 여성을 긴급 보호할 수 있는 긴급피난처도 마련, 운영하는가 하면 법률상담소 등 유관기관과도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그런데 최근 제주1366센터로 걸려오는 전화상담이 부쩍 늘었다.

제주1366센터 상담실적을 보면 지난 2007년 4066건, 2008년 4568건에 머물렀으나 지난해 6269건으로 급증, 상담원들은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제주1366센터 상담원 전정율씨는 “예전에는 가정폭력을 겪더라도 집안문제로 생각해 참고 사는 여성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가정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상담을 요청하는 여성이 많아진 것 같다”며 “전체 상담의 절반 이상이 가정폭력”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가정폭력 등 힘든 상담이 연일 이어지지만 상담원들의 얼굴에선 피곤한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다. 

상담원 모두가 자신의 역할에 자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화상담을 통해서라도 남이 겪는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는 것이 상담원들에게는 큰 보람이다.

제주1366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루치아 수녀는 “상담원 모두가 가정폭력 등 피해여성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있다”면서 “열악한 근무여건에서도 상담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사명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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