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험한 세상 다리 되어 2년·희망나무 3개월 나눔 문화 확산 기획 시리즈
희망 전도사 ‘나무지기’ 소리 없이 세상 바꾸는 힘…나눔 위한 노력 ‘진행형’

   
 
  ▲ 어린 손자 윤혁이를 키우고 있는 김태숙 할머니(68.본보 4월 3일자 1면)가 김승태 무릉치안센터장(사진 오른쪽)와 고민철 무릉치안안전협의회 총무(사진 왼쪽)과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지난달 말 제주시에서 꼬박 1시간은 차를 달려야 닿을 수 있는 무릉리 윤혁이네 동네 점방에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처음 만났다’는 사실은 눈치도 못 챌 정도다. 오랜 이웃처럼 안부를 묻고 사람 좋은 미소를 던진다.

뜨내기 잔술 손님에 윤혁이가 전부인 김태숙 할머니(68)에게 듬직한 아들이 여럿 생겼다. 경제적 사정으로 어린 손자를 맡기고 10년 가까이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아들의 빈자리를 이내 챙겨주는 모습에 ‘고맙다’는 말이 떠나지 않는다.

지난 4월 3일 본보 ‘희망나무’를 통해 윤혁이네 사연이 알려지면서 여기저기서 고마움이 전해졌다. 윤혁이의 디딤씨앗통장에 보태달라는 익명의 독지가부터 지역에서 멘토를 자청했다.

이날 윤혁이네를 찾은 것은 김승태 무릉치안센터장와  고민철 무릉치안안전협의회 총무다. 손은 무겁지 않았지만 마음만큼은 두둑했다. 가능하면 자주 찾아와 윤혁이의 삼촌 역할을 해주겠노라는 약속을 담았기 때문이다.

김달준 무릉파출소장은 “마침 윤혁이네 집 근처에 무릉치안센터가 있어서 인연을 맺게 됐다”며 “물질 보다 더 중요한 것이 관심을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시내에서 천막 대여·설치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기영 전 온누리봉사회 회장(48)은 세 번째 희망나무의 주인공인 현아(가명)네 집에 들렀다.

밑반찬 배달 봉사를 하면서 현아네 사정을 알게 된 이씨는 배달 대상이 바뀌고 난 이후에도 틈만 나면 현아 남매와 만나왔다. 아이들을 위한 지역 멘토가 절실하다며 희망나무의 문을 두드린 것도 이씨다.

“현아 남매가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아 제대로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게 영 신경을 쓰인다”는 이씨는 지역 봉사단체들을 통한 물품 후원에 이어 지인들과 함께 현아네 여름나기를 도울 예정이다.

이씨는 “도배며 방충망이며 아이들이 하기에는 역부족인 부분이 많다”며 “이렇게 라도 도와줄 수 있는 게 어디냐”고 말을 돌렸다.

김원택 제주도립교향악단 상임단원(44)은 7년째 일주일에 두 번 천사의 집을 찾는다.
‘엔젤 첼로 앙상블’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지켜주고 있는 든든한 기둥이다. 아빠의 저녁 마실에는 김씨의 두 자녀도 동행한다.

“받기만 하는 아이들에게 주는 방법을 가르쳐준 과정”이라고 첼로 지도 봉사 활동을 소개한 김씨는 요즘 일주일에 1번 첼로 레슨을 위해 한경면 청수 지역 청소년들과 만난다. 자신이 지도한 엔젤 첼로 앙상블 단원들과 함께다.

김씨는 “나보다는 앙상블 아이들이 더 열심”이라며 “옆과 아래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나눌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을 긍정해 주기 위해 사는 사람들은 더 많다. 제주특별자치도공동모금회와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 등 희망이 필요한 사례를 찾아주고 고민을 나눠주는 기관이 있고, 누가 알까 손을 감추고 도움을 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경기가 생각보다 쉽게 풀리지 않고, 지방선거 분위기까지 겹치면서 나눔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졌지만 희망 나무는 이제 싹을 틔우는 단계다.

도 공동모금회 서영숙 부장은 “나눔이나 기부에 대한 생각은 많지만 생활에 쫓기다 보니 현실화하는 일이 쉽지가 않다”며 “‘희망나무’는 그런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시작으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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