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불'을 놓겠다던 허정무 감독의 호언장담은 허언이 아니었다.

한국이 최고의 세트피스 전략 구사를 자랑하는 그리스를 세트피스로 농락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12일 저녁 8시 30분(한국시간) 포트 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0 남아공 월드컵 B조 본선 첫 경기 그리스와의 경기에서 전반 7분만에 터진 이정수의 골과 박지성의 후반 7분 쐐기골에 힘입어 2-0으로 완승했다.

재미있는 것은 첫 골을 세트피스로 뽑아냈다는 것이다. 그리스는 장신 수비수들을 이용하는 세트피스가 일품인 나라다. 최근 열린 북한과의 평가전에서의 2골도 모두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온 것일 정도. 장신 수비수들은 수비 뿐만 아니라 세트피스에서도 정확한 자리선점과 헤딩으로 제공권을 장악, 골을 넣곤 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날 경기에서 그리스에게 세트피스로 골 넣는 법을 한 수 가르쳤다. 전반 7분 왼쪽 코너 플랙 근처에서 이영표가 프리킥을 얻어내자. 미리 약속한대로 기성용이 프리킥을 위해 자리했다.

기성용은 정확한 킥으로 공을 문전 앞으로 보냈고 이를 이어받은 이정수가 바로 골로 연결, 한국의 천금 같은 첫골을 얻어냈다.

그리스의 정교한 세트피스에 대응책을 마련하면서 한국 역시 그간 약속된 세트 피스 훈련을 해왔다. 오스트리아와 남아공에서 이어진 전술 훈련에서 허정무 감독은 미니게임을 진행하다가도 세트 피스 상황이 오면 박주영, 기성용, 염기훈, 박지성등 다양한 선수를 키커로 두고 위치에 따른 공략법을 모두 구분해 세운바 있다.

세트피스는 물론 제공권도 한국이 장악했다. 한국의 중앙수비수 조용형-이정수는 각각 키가 182cm와 177cm로 상대 수비수들에 비하면 단신. 그러나 정확한 타이밍의 헤딩으로 상대의 공을 모두 걷어내거나 빼앗아오는 모습을 보였다. 수비수들 뿐만 아니라 박지성, 박주영 역시 그리스의 장신숲에서 마치 약속한듯 정확히 뛰어 올라 공을 가져왔다.

그리스의 장기를 제대로 농락한 한판승부였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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