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현장]제주어보전회 제주어선생 육성 교육과정

   
 
  ㈔제주어보전회의 제주어선생 육성 교육 과정에 참여한 수강생들이 고재환 전 제주교대 교수의 제주속담 강의를 듣고 있다. /김경필 기자  
 
“제주에서 나고 자라면서 제주어를 제대로 쓴 적이 없었죠. 지금이라도 잊혀지는 제주어를 바로 알고 지켜나갈 생각입니다”

지난 21일 오후 제주도농어업인회관 2층 대강당. 도내 각지에서 모여든 주민 40여명이 한자리에 앉아있다.

모두가 제주어보전회에서 마련한 제1회 제주어선생 육성 교육과정 수강생들이다.

사실 이번 교육 수강생 중에는 제주어 전문 강사가 되리라 기대하는 이는 없다. 제주인으로서 제주어를 바로 알고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은 제주어를 정확하게 구사하고 표기하기 위해선 상당기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이들의 바람은 그동안 잘못 사용해온 제주어를 바로잡고, 후손들에게 올바른 제주어를 전해주는 것이다.

허성수 제주어보전회 이사장은 “이번 제주어선생 육성 교육과정은 우리 고유의 독특한 문화인 제주어를 되살리는 동시에 보전·전승시키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하지만 그동안 잘못 사용해온 제주어를 바로잡기 위해선 갈 길이 너무 멀다”고 밝혔다.

제주어선생 육성 교육과정은 지난달 23일 문을 열었다. 그만큼 교육과정 수강생들도 제주어를 정확하게 구사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오히려 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제주어를 사용하기가 두렵다는 게 수강생들의 설명이다.

자신이 잘못 사용하는 제주어를 남들이 따라하지 않을까 신경이 쓰인다는 것이다.

이날 ‘제주어 속담’을 주제로 강의에 나선 고재환 전 제주교대 교수는 “제주어를 몰랐을 때는 마음대로 사용하지만 한번 배우고 나면 사용하기가 힘든 게 제주어”라며 “제주어를 제대로 알려면 어휘나 품사, 발음 등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강생 중에는 관광객에게 제주문화를 알려주고 싶어 제주어를 배우는 이도 있었다.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입구에서 펜션을 운영한다는 김숙희씨(63)는 “최근에 올레길이 인기를 끌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제주를 찾고 있다”면서 “올레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구수하고 토속적인 제주의 문화를 보여주기 위해 제주어를 배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옆자리에서 교육을 받던 강옥화씨(64)는 “그동안 어설프게 사용해왔던 제주어를 이제야 제대로 배우게 되는 것 같다”며 “자라나는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제주어를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에 교육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귀포시 남원읍에 거주하는 김효탁씨(45)도 “마을 어르신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간혹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할 때가 있다”면서 “제주에 살면서 기본적으로 제주어는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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