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현장>결혼이주여성 '한하늘 한땅' 요리경연대회

   
 
  ▲지난달 30일 서귀포YWCA회관에서 열린 요리경연대회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이 자신이 직접 만든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군침을 돌게 하는 음식이 가득하다. 눈에 익숙한 음식도 있지만 대부분 처음 보는 음식들이다.

한자리에 올려진 세계 각국의 음식이 눈과 코를 즐겁게 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귀포YWCA회관에서 열린 '한하늘 한땅' 요리경연대회. 서귀포YWCA가 주최한 이번 대회 참가자들은 모두 결혼이주여성이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자국의 음식을 선보이는 자리다.

자신이 직접 만든 음식을 설명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하다.

한국어가 아직 서툴기는 하지만 자국의 문화를 이렇게나마 알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에게는 큰 기쁨이다.

이번 대회에는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 몽골 등 4개국 결혼이주여성 22명이 참가했다.

이들이 요리한 음식은 '송일유미'와 '제도우장', '라우가우' 등 생소한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한국잡채'와 '전복해물탕'을 올린 여성도 있었다.

자국 음식 가운데 가장 자신 있는 음식을 내놓은 만큼 맛도 일품이다. 이날은 결혼이주여성 모두가 자국을 대표하는 '요리왕'이다.

사실 이들이 요리대회에 참가한 이유는 단순히 음식자랑을 위해서가 아니다.

요리를 통해 각국의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면서 서로 화합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요리가 서로의 마음을 연결시켜주는 작은 통로가 되는 셈이다.

서귀포시 천지동에 거주하는 몽골 출신 결혼이주여성 다와간치멕씨(24)는 "고향에서 즐겨먹던 몽골만두와 우유차를 만들어봤다"며 "평소 집에서도 몽골음식을 자주 만드는데 남편이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국음식도 곧잘 한다는 다와간치멕씨는 "남편에게 배운 닭도리탕을 자주 해먹곤 한다"면서 "이번 대회에서는 몽골의 문화를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몽골음식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귀포시 위미리에 거주하는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부이티프엉씨(36)는 "이번에 오징어와 토마토, 고추, 생강 등 각종 재료가 들어가는 베트남 음식 '묵사오'를 보여주고 싶어 만들게 됐다"며 "물론 한국음식도 김치찌개며, 된장국 등 할 줄 아는 게 많다"고 밝혔다.

부이티프엉씨는 "이번 요리대회에 참가하면서 다른 나라 음식도 배울 수 있고, 서로 가깝게 지낼 수 있는 기회가 되면서 너무 좋다"며 "앞으로도 이런 자리가 자주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신선 서귀포YWCA 사무총장은 "이번 요리대회는 제주에 정착해 살아가는 결혼이주여성의 어려움을 일부나마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요리를 통해 각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서로 화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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