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유실 메운다며 육지 모래 채우기 급급
원인규명 용역 허송세월 등급메기기 전락

   
 
   
 
제주도내 일부 해수욕장이 모래유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다보니 해수욕장 명맥 유지를 위해 매년 다른 지역에서 구입한 모래를 뿌리는 일이 연례행사가 되고 있다. 문제는 모래유실에 따른 해수욕장 모래유입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모래 유실량과 위치, 현장의 모래질 등이 감안되지 않은 채 무작정 다른 지방 모래로 채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래침식 원인규명을 위해 시행됐던 용역조차 알맹이 없는 용역으로 끝나면서 사실상 피서철 모래 채우기가 혈세만 낭비된 채 반복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땜질식 육지 모래 채우기…"제주 해수욕장 맞나요"
제주특별자치도 등에 따르면 현재 모래유실로 매년 다른 지역에서 모래를 반입, 해수욕장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제주시 이호테우해변과 함덕서우봉해변 등 2곳이다.

제주시 조천읍은 함덕서우봉해변 모래유실을 감안, 올해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채취한 바다모래 93㎥를 구입, 유실정도가 심한 곳에 모래를 채웠다. 15t 트럭 12대 분량이 함덕서우봉해변에 채워진 셈이다.

또 이호동은 모래유실이 심각한 이호테우해변에 모래를 공급하기 위해 지난해 충남 태안산 바다모래 820t을 구입한데 이어 올해도 850t을 사들여 바닥을 드러낸 해수욕장을 채우기기에 급급했다. 15t 트럭 100대 이상 분량의 모래가 2년째 공급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모래유실 해수욕장의 모래 채우기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모래침식 원인규명과 침식량, 침식 위치 등에 대한 조사가 정확하지 않은 채 눈짐작으로 모래 메우기 작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해수욕장이 지역적 고유한 환경속에서 해수욕장이 형성돼 모래질 자체가 고유성을 띠고 있는데도 유실된 모래를 채우기 위해 아무런 생각없이 다른 지역 모래가 유입되면서 그 고유성 마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제주 해수욕장만의 특수성도 잃고 돈은 돈대로 낭비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모래유실의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은 현상 유지를 위한 노력과 모래유실이 심한 곳에 모래를 공급하는 방법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모니터링 허송세월 5년…등급메기기 결과만
지난 2005년 해양수산부는 모래침식 현상이 심한 이호테우해변 등에 모래유실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다. 모래유실 원인 등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분석, 침식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해수욕장의 백사장을 복원해 해양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모래침식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만 확인한 용역결과보고서만 나와 있을 뿐 구체적인 대책은 제시되지 못했다.

용역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7·2008년 조사지역 10곳 중 C등급 이하는 3곳으로 전체의 30%를 차지했다. 또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되는 D등급으로 하모해수욕장이 선정됐다. 결국 하모해수욕장은 지난 2005년부터 해수욕장 기능을 상실, 지금까지 휴장상태다.

결국 용역결과보고서가 도내 해수욕장 모래침식 정도를 나타내는 등급메기기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는 대목이다.

특히 도내 해수욕장 연안침식 수준을 모니터링한 결과보고서가 제시됐지만 여전히 모래유실에 따른 모래 유입은 등급에 관계없이 해수욕장별로 제각각 진행되고 있어 체계적인 관리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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