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나리 3년, 여전히 불안한 재해예방정책

전문기관·환경단체등 복개구조물 철거 근본책 지적…도, 2016년 이후 미뤄
제2·3의 나리 초래 우려…우 지사, 자연 하천 복원 등 그린웨이 공약 주목

28일 오후 3시 제주시 용담로터리 인근 한천교. 난간과 바닥에 용을 형상화한 조각품이 설치됐고 비교적 정돈됐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3년전, 태풍 '나리'가 휩쓸고 간 엄청난 피해 현장들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제2·3의 나리'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은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2007년 9월16일, 제주를 강타한 태풍 '나리' 피해를 키운 복개구조물이 우뚝 서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하천 복개구조물이 철거되지 않으면 또다른 태풍 피해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행정당국은 장기 과제로 분류, 복개구조물 철거에 미적거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하천 복개구조물 철거 등을 포함하는 그린웨이 조성을 공약으로 제시, 귀추가 주목된다.

△'태풍 나리'근본책 뒷짐=소방방재청은 지난 2007년 10월 '태풍 나리'피해에 대한 원인 분석과 개선 방안을 제시하면서 한천·병문천·독사천·산지천에 하천 통수단면을 초과한 이상 홍수가 발생, 도심지 복개구간이 침수돼 막대한 피해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상류에서 내려온 토석과 나무가 복개구간 시점에서 쌓이면서 원활한 물 흐름을 방해해 하천변과 저지대 범람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하천 복개 구조물이 태풍 피해를 더 키웠다는 것이다. 복개 면적은 한천(300m), 병문천(1970m), 독사천(3300m), 산지천(187m) 등이다.

이에 따라 하천을 복개해 도로·주차장 등으로 활용되는 구간에 대해 대체 시설을 도입하고 하천복개물을 철거, 자연 하천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태풍 나리 이후, 항구적인 수해방지를 위해 만든 '하천수계별 유역종합치수계획(2009년)'에서도 "하천을 복개해 주차장·도로·시장 등으로 활용했던 하천 주변에서 특히 피해가 심했다"며 "상류에서 떠내려온 통나무와 쓰레기 등이 복개지 교각에 걸려 물 흐름을 막음으로써 범람 현상이 초래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근본적인 재해예방대책으로 하천 하류의 복개구조물 철거를 제시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복개구조물 철거시기를 오는 2016년 이후로 정하는 등 사업 추진의 후순위로 미뤄 또다른 안전불감증을 드러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태풍 나리 이후, 제주도는 도심지 방재구조진단을 통해 근본적인 재해예방대책으로 하천 하류의 복개구조물 철거를 제시했다"며 "저류지 건설보다는 하천 복개구조물을 우선 철거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재해예방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제주도는 하천 복개구조물 철거에 공감하면서도 당장 추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복개구조물 철거를 위해 대체 도로 건설, 주택 철거 등 도시계획 변경이 필요한 데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며 "2016년∼2019년 2451억원을 투입해 복개구조물을 철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4대 하천 그린웨이 조성=우근민 지사는 산지천·병문천·한천·독사천 등 제주시내 4대 하천을 중심으로 한 그린웨이 조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친환경 녹색도시개발을 위해 도입된 Green-Way(그린웨이)는 산·하천·바다 등을 연결하는 친환경적인 길을 말한다.

4대 하천 중심의 그린웨이는 복개구조물 철거를 통한 자연 하천 복원, 기존 공원을 연결한 녹색축 형성 등을 포함하고 있어 향후 하천정비 방향이 바뀔지 주목된다.

우근민 제주도정 공약사업실천위원회 위원인 김태일 제주대 교수는 "4대 하천 중심의 그린웨이는 하천 복개구조물 철거 뿐만 아니라 녹색축 형성, 구도심재생사업과 연결되는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다"며 "그린웨이 조성계획에 맞게 하천 정비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토대로 하천 정비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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