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량별 적정 가동시점 담은 매뉴얼 개발 과제
석축 붕괴·토사 퇴적 등 각종 문제도 개선해야
인공함양시설도 유명무실...활용 방안 검토 필요

   
 
  하천범람을 예방하기 위한 저류지 시설의 적정 가동기준을 담은 매뉴얼이 개발이 시급한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사진은 한천 1저류지 전경.  
 
지난 2007년 9월 태풍 '나리'로 인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이후 추진된 주요대책 중 하나가 저류지 조성사업이다. 이 사업은 하천범람으로 인한 주택과 도로 침수를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사업비만 수백억원에 이른다. 특히 지난 8월 태풍 '뎬무' 내습당시 완공된 8개 저류지가 모두 가동, 하천 수위를 낮추는데 기여,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저류지를 효율적으로 운영·관리하기 위한 체계는 아직도 부족한 게 사실이다. 강우량에 따라 적정 가동기준이 마련되지 못한데다, 시설물 붕괴와 토사 퇴적 등 각종 문제점도 안고 있다. 또 저류지에 설치된 인공함양시설도 아직 가동되지 못하는 등 보완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는 지적이다.

△무분별한 저류지 가동
제주시는 지난 2008년부터 올해까지 811억원이 투입되는 저류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한천과 병문천, 독사천, 산지천 등 4개 하천에 160만t 규모의 11개 저류지를 조성하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시는 한천 1·2저류지와 병문천 1·4저류지, 독사천 1저류지, 산지천 1·2·3저류지 등 8개 저류지를 준공하고, 나머지 3개 저류지는 공사중이다.

이처럼 저류지 조성사업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이유는 태풍 '나리' 내습당시 인적·물적 피해의 원인이 됐던 하천범람을 막기 위해서다.

집중호우가 발생할 경우 하천이 빗물을 수용하지 못해 범람하는 등 위급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시설이 바로 저류지다.

때문에 저류지는 강우량과 하천 수위 등 일정기준에 따라 가동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매뉴얼이 갖춰져야 한다.

그런데 지난 8월 태풍 '뎬무' 내습당시 준공된 8개 저류지가 모두 가동되면서 하천 수위를 낮추는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있지만 무분별한 시설 가동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무분별하게 저류지 수문을 열어 하천수를 유입시켰다가 수용 한계점에 다다랐을 경우 정작 위급한 상황에 활용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급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하천이 빗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저류지 가동을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제주시가 지난 2009년 변경 수립한 하천기본계획을 보면 20개 하천 대부분이 100년에 한번 내리는 집중호우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정비계획이 수립된 상태다.

결국 제주시 지역 하천이 대부분의 집중호우를 처리할 수 있도록 정비되는 만큼 저류지 가동은 위급한 상황에 이뤄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운영 매뉴얼이 갖춰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저류지 시설보완 과제
태풍 '뎬무' 내습당시 가동된 한천 1저류지 내부 전석 일부가 붕괴되면서 시설보완이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제주시는 지난 8월12일부터 전석 붕괴 현장에 대한 긴급복구공사를 실시, 7일간의 공사를 통해 복구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전석 붕괴는 설계당시 예상치 못했던 결과였던 점을 감안, 저류지 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안전진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른 지점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벌어질 수 있는 만큼 사전에 문제점을 보완하는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게다가 저류지 입구와 바닥 등에 쌓이는 토사처리 방안도 시급한 과제로 거론되고 있다.

집중호우 때마다 쌓이는 토사는 저류지의 기능을 약화시킬뿐더러 저류지 내부의 투수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가 내릴 때마다 중장비를 투입해 토사를 제거하는 임시처방보다는 토사의 유입량을 최소화하는 후속대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인공함양시설 활용방안 검토해야
제주도환경자원연구원은 지난 2007년 4월부터 55억원이 투입되는 인공함양 시범연구사업을 공동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무의미하게 바다로 흘러가는 하천수를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저류지로 유입된 하천수의 탁도가 감소하면 함양정을 통해 지하로 투입된다.

이에 따라 도환경자원연구원은 지난 3월 한천 2저류지에 심도 35∼48m, 직경 400㎜ 규모의 함양정 10개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8월 태풍 '뎬무'로 인해 한천 2저류지가 가동되는 상황에서도 인공함양시설은 운영되지 못한 것으로 확인,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인공함양정은 한천 2저류지 내부 1·2·3지 가운데 3지에 설치돼 있는데, 태풍 '뎬무' 내습당시 1·2지까지만 하천수가 유입됐기 때문이다.

결국 한천 2저류지 내부 3지에 설치된 인공함양시설이 가동되기 위해서는 태풍 '뎬무' 때보다 더 많은 폭우가 내려야 한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저류지 운영방안을 개선, 인공함양시설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4대 하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조용보 제주시 재난안전관리과장
 
"이번 태풍 '뎬무'로 인해 하천 저류지의 효과 일정부분 입증된 만큼 앞으로 4대 하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에 나서겠다"

조용보 제주시 재난안전관리과장은 저류지 조성사업 추진배경과 관련, "지난 2007년 9월 태풍 '나리'로 인해 제주 역사상 가장 큰 자연재해가 발생했다"며 "이같은 피해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항구적인 재해대책이 저류지 조성"이라고 밝혔다.

조 과장은 "지난 8월 태풍 '뎬무'로 인해 한천 수위가 급격히 높아질 때도 저류지를 가동시켜 수위를 낮추는 등 사업효과를 일정부분 입증시키게 됐다"면서 "다만 저류지 내부 전석이 무너지거나 토사가 쌓이는 부분은 앞으로 보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저류지 활용방안과 관련, 조 과장은 "저류지가 조성됨에 따라 하천범람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고갈되는 지하수의 용량을 늘리는 효과까지 기대되고 있다"며 "저류지의 물을 농업용수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조 과장은 또 "저류지 시설공사 등을 통해 발생하는 토사를 농업인에게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며 "저류지를 지역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시설로 적극 활용하겠다"고 전했다.

특히 조 과장은 "저류지 조성사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도심 4대 하천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며 "지역별 강우분포와 저류지 유입수량, 주요교량 수위 등 하천수계와 관련된 복합적인 상관관계를 분석해내는 장치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김경필 기자

"저류지 운영 문제점 많아 체계적 관리 절실"
제주환경운동연합 김동주 대안사회팀장
 
"저류지 건설과 운영에 문제점이 많은 만큼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김동주 대안사회팀장은 도내 저류지 실태 및 향후 개선방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김 팀장은 "현재 저류지는 용량이 너무 크고 시설 위치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며 "저류지는 하천이 방어할 수 없는 홍수를 저장하면서 하류의 재해를 저감시키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도심지 상류에 소규모로 여러개를 설치해야 효과가 가장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대용량의 저류지는 중산간 지역의 생태계 이동통로를 단절시키고 경관을 훼손했다"며 "건설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토사와 암반들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오등동에 가면 엄청난 양의 암반 적치장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또 "도심지 직상류가 아닌 중산간 지역에 위치한 저류지는 한라산에 내리는 빗물을 한꺼번에 저류시키면서 도심지 폭우에 대해선 속수무책"이라며 "지난해 8월말 도심지에 시간당 80㎜ 폭우가 내렸을 때 이미 건설된 3곳의 저류지는 무용지물로 전락했다"고 강조했다.

저류지의 향후 개선 방향에 대해 김 팀장은 "태풍 뎬무가 내습했을 때 100만t의 물이 한천 1·2저류지를 통해 35시간만에 지하로 스며들 만큼 투수성이 좋았다"며 "저류지의 투수성을 계산해 홍수 저감효과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현재 가동되고 있는 저류지와 관련한 홍수 유입량, 하천 유속과 수량, 탁도 등 각종 자료를 과학적으로 측정, 기록하는 저류지 운영관리 지침을 만들어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특히 하천 유출이 끝나자마자 저류지 수문 입구에 쌓인 토사를 즉시 처리하는 지침을 만들고 저류지 붕괴 가능성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 예상외의 피해가 없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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