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귀화도 불사한 이승준(32·서울 삼성)과 전태풍(30·전주 KCC)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승준이냐, 전태풍이냐. 지난 3개월동안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을 고민에 빠뜨렸던 문제였다. 두 선수 모두 대표팀 일원이 되기에 손색없는 기량을 갖췄으나 규정상 귀화선수는 1명만 출전 가능하기 때문이다. 둘의 장단점, 팀 기여 방식의 차이는 명확했다.
 
결국 이승준이 선택을 받았다. 이승준의 발탁은 지난 7월 중순에 열린 1차 해외 전지훈련 때부터 가능성이 엿보였다. 이승준의 높이는 김주성(동부), 오세근(중앙대), 함지훈(모비스)와 더불어 대표팀의 골밑을 더욱 든든하게 했다. 공격력 역시 탁월하고 기동력까지 갖춰 활용도가 높았다.
 

농구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은 부족해도 꾸준한 노력으로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았다. 전지훈련을 통해 체중 5kg이 빠졌을 정도로 매일 굵은 땀방울을 쏟아냈다. 유재학 감독은 "이승준이 시키는 것만 제대로 해준다면 공수에서 엄청난 도움이 될 선수"라며 극찬했다.
 
전태풍 역시 대표팀에 꼭 필요한 선수 중 하나였다. 국내선수 가운데 전태풍만큼 뛰어난 볼핸들링과 1대1 능력을 겸비한 선수는 없다. 경기 운영이 매끄럽지 않을 때 활로를 뚫어줄 적임자라는 평가였다. 다만 수비에 모든 것을 거는 유재학 감독의 지도 방식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결정적인 감점 요인이었다.
 
국내 최장신 센터 하승진(전주 KCC)의 대표팀 합류 여부가 불투명하기에 이승준의 가치는 더욱 중요하게 여겨진다. 하승진은 여전히 다리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소속팀 KCC가 6일 중국 전지훈련을 떠났지만 아직 실전경기를 소화하기 벅찬 하승진은 국내에 남아 재활에 몰두하기로 했다.
 
9월27일로 예정된 제3차 합숙훈련 때까지 정상적으로 훈련에 임할 몸 상태를 만들지 못한다면 대표팀 승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동안 1,2차 전지훈련에 불참해 손발을 맞춰보지 못했다는 점도 불안한 요소.
 
대표팀 발탁 소식을 전해들은 이승준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마침내 꿈을 이뤘기 때문이다. 그가 태평양을 건너 어머니의 나라로 돌아온 이유는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기 위해서였다. 반면, 같은 이유로 귀화를 택한 전태풍은 아쉽게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중국에서 소식을 접한 전태풍은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로 하고 소속팀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하지만 탈락의 아픔은 전태풍을 더욱 성숙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에게도 이승준 못지않게 국가대표라는 확고한 꿈이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둘의 경쟁심은 대표팀의 훈련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하나의 힘이 됐다. 귀화 선수의 엔트리가 늘어나지 않는한 앞으로도 둘의 경쟁은 계속된다. 이는 남자농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적잖은 보탬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