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2인 모자가장 이엄전씨

   
 
  ▲ 이엄전씨(사진 가운데)가 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서영숙 부장(사진 오른쪽)과 개인긴급지원사업과 관련해 상담하고 있다.  
 
늦은 나이에 얻은 아들 10여년 혼자 키워내…장애 불구 정부 지원 대상 안돼 어려움
힘든 삶 안 이웃 할머니의 무상 집 지원 등 "받은 것 갚는 일은 스스로 살아가는 것"

"더 어떻게 받으면서 살 수 있나요. 그냥 제 손으로 일을 해서 두 식구 먹고 살 수 있으면 됩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도공동모금회)의 개인긴급지원사업을 통해 생계비 60만원과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이하 복지관)의 일자리 사업 실습 기회를 얻은 이엄전씨(58·제주시)가 일순 사람들을 울렸다.

소아마비로 인해 하지 4급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이씨에게 올해 12살 태호(가명)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이다. 일찍 남편과 사별하고 도내 모 사찰에서 생활하던 이씨는 우연한 기회에 태호 아빠를 만났다. 나이도 어리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고 있는 것은 없었지만 일반의 기준보다 힘겹게 삶을 살았다는 공통점에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늦은 나이에 태호를 임신하고 나서 상황은 급변했다. "어떻게든 아이 키울 돈이라도 벌어보겠다"는 말만 남기고 태호 아빠는 말 그대로 연기처럼 사라졌다. 고령 임신으로 힘겹게 태호를 얻고 나니 당장 사는 일부터 쉬운 일이 없었다.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던 이씨는 기초생활수급대상 등 정부 지원 대상에서 번번이 제외됐다. 주변의 도움으로 간신히 태호만 기초생활수급대상에 올렸지만 미성년 어린이에게 지원되는 것은 바우처 사업과 물품지원 혜택이 전부였다.

어떻게든 일을 찾아보려 했지만 주민등록 상 아빠가 없는 어린 아이가 딸린 상태에 몸도 불편하고 나이까지 많은 우울한 '삼박자'는 번번이 이씨의 희망을 짓밟았다. 연장 신청해 6개월밖에 할 수 없는 공공근로사업 계약이 지난 9월 17일 만료되면서 이씨는 아침·저녁 끼니를 걱정하는 상황이 됐다.

생각다 못해 복지관에 도움을 구했고, 도공동모금회와 연이 닿았다. 도와줄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씨는 "일할 수 있게 해달라"며 "이제까지 혜택을 받은 것을 갚을 길은 이 것 뿐"이라고 말했다.

어려웠던 지난날을 알고 있는 이웃 할머니가 자신이 살던 오래된 집을 무상으로 내준 덕분에 잠자리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은 정말 다행인 부분이다. 얼마라도 집값을 드리려고 하는 이씨에게 할머니는 "갈 날이 멀지 않았는데 무슨 돈이냐, 그냥 잘 지내면 된다"고 오히려 이씨를 위로했다고 했다.

그 고마움을 갚는 방법은 어떻게든 자리를 잡고 태호를 잘 키우는 것이라고 몇 번이고 마음을 다잡는 이씨다.

이씨는 현재 복지관의 도움으로 하루 15㎏의 모시풀을 다듬는 취업 훈련을 받고 있다. 매일 정해진 양을 채워 한달 받을 수 있는 돈은 93만원. 명도암에 살고 있는 이씨는 아침 일찍 초등학교 4학년 태호의 등교를 도운 뒤 작업장에 나간다. 오후 7시 넘어 퇴근할 때까지 태호는 학원 등을 돌며 엄마를 기다린다.

고한철 사회복지사는 "훈련을 마쳤다고 바로 취업되는 것은 아닌데다 아직 아이가 어려 고민이 많다"며 "이씨의 희망대로 안정적인 일자리와 이제 사춘기에 접어든 태호를 위한 멘토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후원 문의=755-9810(도 공동모금회), 물품 및 멘토 문의=710-9990(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