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문화유입이 활발해지면서 최근엔 ‘퓨전’(Fusion)이란 단어가 심심지 않게 등장하고 있다. 이말은 한마디로 이질문화간 융합을 말한다. 가령 우리음식에 서양식 요리를 가미해 만든 음식을 ‘퓨전푸드’라는 말로 표현하는 식이다. 우리 재료를 갖고 서양식 요리법으로 요리하거나 서양음식 재료로 우리음식을 만드는 경우도 해당한다. 아니면 서로 혼합해 새로운 맛을 창출하는 일까지도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는 다른 분야에서도 구체적 대안을 거치며 발전해 파급돼 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한가지에 고착화한 방법으로 해결되기 힘든 일에는 다른 방안이 나타난다. 대안(代 案)이라는 말이 그것이다. 인성교육이 기존학교 틀에서 해결치 못한다며 등장한 것이 ‘대안학교’다. 대부분 농촌에서 텃밭을 가꾸며 기본적인 학습과 자연을 배운다. 서로간 공동체 개념에서 역할 분담을 하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터득케 하는 다른 형태의 학교가 된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형태의 학교가 몇 곳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병든 사람을 치료하는 의술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나름대로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20세기 들어선 대체로 서양의학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외과수술과 화학약품의 발달이 고통스런 병마와의 싸움에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서양의학이 제대로 풀지 못하는 미묘한 의술은 침술과 기공이 보완해준다 .곧 ‘대안의학’이다. 세계 유수의 제약회사들이 전세계에 널려있는 그 지방 고유의 특효약초를 구해놓고 성분을 분석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자연에서 해결하려는 것이다.이런 추세라면 서구식 알약이 생약효과에 따라선 탕약으로 바뀔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해 본다. 저들 나름의 퓨전문화인 셈이다.

최근 정가를 강타한 선거법 쟁점만 해도 그렇다. 우리정치는 당리당략에 멍들고 저 들끼리 나눠 먹기식 풍토에서 헤어나지 못해온 게 사실이다. 선거는 흑색선전과 금권 이 난무했다. 시민단체가 직접 정치감시자로 발벗고 나섰다. 정신못차린 정치풍토에 대한 강력하고 뚜렷한 대안중 하나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는 과정을 거쳐 제대로 된 풍토가 자리를 잡게 될 것을 기대한다. 대안과 퓨전은 정치문화에도 예외는 아닐 듯 하다. <고순형·편집위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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