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제주무형문화재 흔들린다
적극적 발굴·체계적 지원책이 승부수

문화재청 기준 강화·유네스코 중심 무형문화재 대한 인식 확대
문화권력 보유자 집중 경계하고 창조적 계승 위한 고민 절실

지난해 시연행사에 따른 보조금 중 일부를 공무원에게 줬다는 내용의 '무형문화재 허벅장의 보조금 비리 의혹'으로 전체 무형문화재가 적잖은 홍역을 치렀다. 이를 계기로 그 동안 미뤄왔던 '제작과정'을 무형문화재 범주에 포함시키는 작업이 다시 시작됐고 '허벅장'이 지정 해제된 대신 명칭을 '옹기장'으로 바꾸고 그 아래 허벅장과 옹기도공장, 불대장 등 보유자를 세분화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대한 도민사회의 분위기는 그다지 긍정적이 않다. 일각에서는 문화재 보존과 운영관리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대책과 함께 '제주색'을 지킬 것을 주문하고 있기도 하다.

# 허술한 기준에 보유자 뜻대로

문화재청은 '자치단체 차원에서도 관리하지 못하는 무형문화재를 국가 책임으로 둘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지금까지 도지정문화재 중 추천·심사를 통해 국가지정문화재로 승격하는 기존 시스템에 대한 대폭적인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가뜩이나 심사과정에서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 기준'에 밀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온 제주의 무형문화재 관리에 있어 '비상'이 아닐 수 없다.

반대로 '민속지식(folk Knowledge)'측면에서 새롭게 살아있는 기록을 만드는 등 가치 재평가의 기회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예산확보'와 함께 정책 우선 순위 등에 대한 의회의 불편한 시각을 넘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관리체계 역시 손봐야 할 부분이 적잖다.

문화재보호법 시행령 24조에 따르면 이수자는 '기능이나 예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는 자'여야 한다.

전수 교육조교는 문화재보호법 및 보호조례에 따라 5년 이상의 전수교육 기간을 지내고, 보유자로부터 그 기능과 전수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전수교육조교는 해지 조항이 없어 실질적인 활동 없이도 신분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도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문화재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도록 했지만 이 역시 보유자의 의견을 100% 무시하기는 어렵다.

#자치단체 역량 평가 기준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무형문화재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부터 바꿔야 된다고 지적한다.

유네스코가 2003년 '무형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협약'을 채택한 후 무형문화재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크게 고조됐고, 국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자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무형문화재 보호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전라남도는 지난 5월 그 동안 전통적 가치를 놓고 논란을 빚어온 공옥진 선생의 '1인 창무국'을 도지정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판소리 1인창무극 심청가'라는 특정 종목을 정해 예능보유자로 별도 인정하는 형태를 취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의 예를 봤을 때 파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 흐름에서 지난해 10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된 '칠머리당 영등굿'에 대한 제주도의 보다 적극적인 접근도 주문되고 있다.

문화재청 문화정책국 김삼기 무형문화재 과장은 "대표목록에 포함됐다는 것은 우리나라를 대표할 무형 문화 유산에 이런 것이 있다고 알리는 의미"라며 "이를 제주를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할 문화유산으로 만드는 것은 자치단체의 역량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박경훈 ㈔제주전통문화연구소장은 도의 의뢰로 실시한 '제주칠머리당영등굿 보존 활용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전수회관을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박 소장은 "현재 전수회관은 사무실형으로 지어져 전수교육 등의 용도로 활용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시연을 통해 전수조교나 이수자들의 실력을 검증해야 하는 현실과는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또 "일본 가부키도 처음에는 열린 공간에서 진행되던 것이지만 전문 시연 공간을 만들며 문화적 가치를 상승시켰다"며 "칠머리당영등굿만이 아니라 다른 무형문화재를 위해서라도 체계적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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