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은 재산을 존중한다고 했던가.그들은 남의 재산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갖은 수법을 동원한다.

 1976년 프랑스 리비에라 해안에 있는 니스의 한 은행 금고에서 거금 1000만 달러가 털려 나갔다.10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는 도둑들은 도로 밑 하수구를 통해서 이 은행금고에 접근했다.

 그들은 2개월에 걸쳐 하수구에서 은행 지하금고까지 9미터의 터널을 파고 들었다.작업하는 동안 터널안에서 먹고 자고 마시는 여유를 부려가면서 끝내는 고객들의 귀중품과 현금을 털어 유유히 사라졌다."무기 없이,폭력 없이,증오도 없이"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서였다.

 사상 최대의 금고털이로 알려진 이사건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고 한다.하지만 무기 없이 저질러지고 있는 은행금고 털이는 그들만의 전문은 아닌 듯 싶다.이들 전문가 뺨치는 도둑들이 어제와 오늘 설치고 있다.국민이 맡겨 놓은 재산을,고객들이 맡겨 놓은 돈들을 마치 자기 것 처럼 빼돌리는 금융기관과 부패한 관리들이 그들이다.이들 현대판 은행 금고털이들이 벌이는 절도 행각은 그 규모에 있어 '사상 최대의 전문털이들'을 능가한다.일례로 5-6共 시절 최고 권력자에 의한 국민의 재산 훔치기는 기백억에서 기천억원에 이르렀음은 두루 알려진 사실이다.

 나라 살림을 떠 맡은 고위층들이 이모양이니 은행금고가 온전할리 없다.불법부정 대출로 거액이 빠져 나가고, 은행의 책임석들이 수십 수백억에 이르는 고객의 돈을 빼돌려 줄행랑을 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심지어는 이같은 부정과 부패를 감시해야 할 은행감독원의 고위 간부들조차 국민재산 훔치기 공범으로 돌변하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이 작금의 현실이다.문제는 이같은 뒷감당이 언제나 만만한 국민들의 몫으로 돌려지고 있는데 있다.천문학적인 숫자의 공적 자금을 쏟아 부어도 거덜이 난 은행금고를 채우지 못해 나라 경제가 휘청대고 있음이 그것이다.세상이 이 모양이니 아무리 흉기 없는,폭력이 감춰진 금고털이라고 한들 어찌 국민들의 증오가 없을까.

 옛말에 이르기를 경세가들에게 있어 도덕(德)은 근본이요,재(財)는 말단이다고 했다.근본을 멀리하고 말단을 가까이 하면 백성들조차 다투어 약탈을 하게 된다고 했다.이제 더 늦기 전에 서둘러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윗물'이 솔선해야 함은 물론일 터.<고홍철·논설위원 겸 코리아뉴스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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