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말맛 살린 시조 ‘셔?’…제주시인으로는 첫 수상

   
 
   
 
제주 시조시인 오승철씨(53·제주특별자치도 문화정책과 문화예술담당)가 제주말의 독특한 어감을 녹여낸 ‘셔?’로 2010중앙시조 대상에 선정됐다.

중앙시조 대상은 등단 15년 이상 기성 시인을 대상으로 이들이 한 해 동안 발표한 시조 중 최고의 한 편을 가려 선정한다.

김세진·우은숙 시인이 예심을 맡아 최근 1년간(2009년 12월∼2010년 11월) 각종 문예지에 발표된 시조 작품을 추렸다.

본심은 시조시인 유재영·박기섭씨, 평론가 장경렬(서울대 영문과 교수)씨가 맡았다.

오 시인의 이번 수상은 치명적인 자연의 아름다움과 역사·지리적 환경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편한 위치에 머물렀던 ‘제주어’의 말맛을 제대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오 시인은 제주 시인으로는 처음으로 중앙 일간지의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중앙시조대상 수상 역시 제주시인으로는 처음이다. 10년 전인 2000년 제주 지역 문인들의 시조공부 모임인 ‘정드리문학회’에 창립 때부터 관여해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셔 ?”

솥뚜껑 손잡이 같네
오름 위에 돋은 무덤
노루귀 너도바람꽃 얼음새꽃 까치무릇
솥뚜껑
여닫는 사이
쇳물 끓는 봄이 오네

그런 봄 그런 오후
바람 안 나면 사람이랴
장다리꽃 담 넘어 수작하는 어느 올레
지나다 바람결에도 슬쩍 한 번
묻는 말
“셔?”

그러네, 제주에선 소리보다 바람이 빨라
‘안에 계셔?’ 그 말조차 다 흘리고 지워져
마지막 겨우 당도한
고백 같은
그 말
“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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