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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장애인 성범죄 인식 개선 절실"'데이트 강간' 등 사례 증가속 법·제도는 피해자에 가혹
여성장애인상담소 판례 세미나, 특성 감안한 접근 주문
고 미 기자
입력 2010-12-22 (수) 10:22:57 | 승인 2010-12-22 (수) 10:22:57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A(여)는 올해 몸과 마음을 크게 다쳤다.

신체 나이는 20대 지만 정신연령은 5~6세 수준인 A씨는 이웃에서 자주 봤던 B씨에게 이른바 '데이트 강간'을 당했다. 관심이 싫지 않았고, 불쑥 건넨 '선물'을 받았고, 피해를 당한 뒤에도 "남들에게 얘기하지 말고 내게 다시 전화하라"는 협박에 따랐다는 이유로 A는 피해를 입었지만 '피해자'가 될 수 없었다.

선물을 받았고, 사건 발생 후 여성이 먼저 전화를 거는 등 '성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대 남성이 무혐의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잇따르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법·사회적 잣대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특별자치도지체장애인협회 부설 제주여성장애인상담소(이하 여성장애인상담소) 주최로 21일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진행된 '여성장애인 성폭력 사건 판례, 여성장애인 관점에서 다시 쓰기'세미나에서 성폭력 피해자, 특히 지적장애인 피해자에 대해 한없이 야박한 사법적 접근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올 들어 10월까지 제주도경찰청이 파악하고 있는 여성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10건. 하지만 여성장애인상담소가 잠정 집계한 사례만 30건이 훌쩍 넘는다. 12월을 제외하더라도 올들어 500건이 넘는 상담이 진행됐다.

이중에는 앞서 사례와 마찬가지로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가해자 처벌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법적 구제를 받지 못한 사례도 적잖다.

이날 소개된 판례들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인지능력이 제한적인 지적장애인에게 '항거불능'상태였음을 증명하도록 강요한다. 죽을 힘을 다해 저항하지 않았으면 항거불능이 아니고, 행여 '좋아한다'는 말이라도 꺼내면 상황은 성폭력에서 한쪽의 일방적인 떼쓰기로 바뀐다. 심지어 진술의 일관성을 들먹이는 등 지적장애인의 정신 연령과 사회적 연령간 갭은 쉽게 무시된다.

김경미 여성장애인상담소장은 "가해자들이 지적장애인들의 특성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고, 법적 잣대 역시 이들을 지켜주지 못하면서 이중, 삼중의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적장애라는 사실을 '항거불능'으로 인정하는 등 구성원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기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소개된 판례 분석과 현장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진행된 인터뷰 등은 책자로 제작, 배포될 예정이다.

고 미 기자  popm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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