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나무>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 진로탐색프로그램

 

지난 21·22일 위탁가정 청소년들을 위한 진로탐색프로그램에 참가한 중·고생 15명이 Daum커뮤니케이션을 견학하고 있다.
지난 21·22일 중3·고3 등 15명 대상 제주도의회·제주지방기상청 등 견학
미래 대한 구체적 밑그림·감췄던 꿈 드러내는 효과…보다 많은 기회 필요

 

상담을 통해 만난 지 햇수로 4년이 지났지만 단 한 번도 '하고 싶은 일'을 내비친 적 없던 수정이(가명·고3)가 입을 뗐다.

"여기 기상청에서 일을 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돼요?"

아직 어린 두 동생을 위해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취업 준비를 시작한 수정이는 모처럼 찾은 '매력적인 일'에 눈을 떼지 못했다.

지난 21일과 22일 위탁가정 청소년들을 위한 진로탐색프로그램에서 찾은 작지만 큰 성과다.

이틀에 걸쳐 진행된 프로그램에서 중3과 고3 청소년 15명이 만난 것은 단순히 '일'이 아니라 잠시 잊었던 '꿈'이었다.

한창 예쁘게 꾸미는 게 좋고 유명 아이돌스타를 동경할 나이의 소리(가명·15살)는 자격증을 따고 취업할 수 있는 방법을 챙기느라 번번이 일행을 놓쳤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혼자 독립해서 생활하려면 이제부터 준비해야한다"는 소리의 야무진 말에 기특해 어깨를 두드려 주지만 마음 한켠은 이내 싸해진다.

'만약' 부모와 분리되는 원치 않는 과정만 아니었어도 '독립'이니 '취업'이니 하는 말은 국어사전에서나 찾아볼 낯선 말이기 때문이다.

제빵사나 카지노 딜러처럼 공중파 드라마에서 보고 알게 된 직업도 있었지만 이날 청소년들이 만난 세상은 조금 특별했다. 제주지방기상청과 Daum커뮤니케이션, 제주특별자치도의회를 두루두루 돌며 혹시 모를 꿈 조각들을 찾아냈다.

수정이의 꿈도 마찬가지다. 한참 엄마·아빠의 보살핌이 필요할 나이에 가장 역할을 하게 되면서 수정이의 꿈은 늘 후순위가 됐다. 친구들처럼 대학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동생들이 모두 학업을 마친 뒤로 계획을 정했다. 대신 수정이의 다이어리에는 그 때 할 일이 빼곡하게 정리돼 있다. 지금은 '예보관'이란 단어를 1순위에 올려놨다.

효정이 역시 10년 후, 20년 후 자신이 도의회에 입성하는 모습을 그려봤다. "'내가 어떻게'가 아니라 내가 노력하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는 효정이의 표정도 처음과는 분명히 달라졌다.

가정 환경적 문제로, 또 경제적 이유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마음을 잡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지만 '모두'가 함께 할 수는 없었다. 사는 곳이 멀어서, 할머니나 할아버지 등 다른 가족을 보살피거나 이루지 못할 막연한 꿈에 마음이 흔들리기 싫다 등등 이유도 다양하다.

알고 싶고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지만 그 기회가 한정적인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 김미리 팀장은 "아직 어린 나이지만 어떻게는 지금의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구에 꿈을 포기하는 사례가 적잖다"며 "어떻게 살아라하고 답을 찾아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보게 하는 것이 이번 프로그램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꿈 길잡이가 절실하다. 직업체험을 도와주는 것도 좋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일부를 나눠주는 일 역시 아이들에게는 희망이 된다.

김 팀장은 "고정 멘토가 아니어도 주변 어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준다거나 세상을 사는 다양한 방법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며 "앞으로 같이 사회를 꾸려갈 구성원을 보듬는다는 생각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문의=755-9810(도 공동모금회·지정기탁), 문의=747-3273(가정위탁 지원센터·멘토 및 꿈길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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