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나무] 일반위탁 준호네

지난 2009년 오문보·송명효 부부와 '가족'인연…관심 통해 서로에게 위안
상처 보듬으며 가족 중요성 배워 "이런 기쁨 많은 사람들 알고 나눴으면"

지지난 봄 가슴으로 얻은 준호(7·가명)는 넝쿨하늘가든의 마스코트이자 말그대로 넝쿨째 굴러들어온 복덩이다.

오문보(58)·송명효(54)씨 부부만이 아니라 이 가족을 아는 모든 이들이 인정할 만큼 준호의 영향력은 컸다.

아빠의 손에 이끌려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에 맡겨진 것은 준호 나이 5살 때 일이다. 처음에는 조금만 걸어도 다리에 힘이 없어 업어 달라 보챘고 발음이 부정확해 큰엄마와 큰아빠(준호는 오씨 부부를 이렇게 부른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벌써 1년 넘게 가족으로 살아오면서 '준호가 없다'는 상황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바뀌었다. 관광버스 기사인 오씨는 준호의 손에 이끌려 하루가 멀다 하고 동네 마트 문턱을 넘고, 식당 일을 하는 송씨는 준호의 재롱에 눈가 주름을 걱정할 정도가 됐다.

결혼을 앞둔 큰 누나(30)는 일찌감치 준호의 든든한 지원군을 선언했고, 서울 강남성심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는 큰 형(28)은 어머니 전화는 안 받아도 어린 동생의 전화에는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처음에는 인터뷰가 부담스럽다면 자리를 피했던 오씨지만 이내 한 아름 '준호 자랑'을 쏟아냈다. 큰 아빠 건강을 챙기느라 집안에 있는 담배와 재떨이, 라이터 따위를 모두 가져다 침대 밑 깊숙이 숨겨둔 일이며, 재롱잔치를 준비하며 배운 춤과 노래로 아침·저녁으로 웃음 바람을 하게 한 일 등등 준호와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만든 추억은 셀 수 없이 많다.

이런 기쁨이 있을 줄 알았다면 더 일찍 일반 위탁을 희망했을 터다. 먼저 일반 위탁으로 아이들을 맡아 키웠던 언니의 영향으로 조심스럽게 마음을 연 송씨는 아직도 엄마 얘기라도 할라 치면 달려와 입부터 막고, 혹시 누가 자신을 데려갈까 한참 눈치를 보던 일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선다.

오씨는 "처음 왜 업어달라고 했나 했더니 방안에 가둬 키워 아이 다리에 힘이 없어 그랬다"며 "불안 장애와 우울 증상으로 치료를 받을 만큼 상처를 안고 있으면서도 늘 밝고 활기 넘치는 아이"라고 준호를 소개했다.

너무 어려서 아픈 줄 몰랐던 구김살은 하나하나 살펴주는 가족이 사랑으로 잘 펴진 상태. 그래도 언젠가는 자신의 아빠 옆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존재감을 인지시켜주는 역할도 잊지 않는다.

열 일 제치고 위탁부모 교육을 받고 준호를 위한 사랑을 아끼지 않는 오씨 부부는 지난 연말 가정위탁지원센터로부터 '따뜻한 어버이'상을 받기도 했다.

오씨 부부는 준호 아빠의 부탁으로 앞으로 2년 더 준호를 가슴에 품을 계획이다. 준호와 같은 복덩이를 계속해 품을 계획도 가지고 있다.

준호네처럼 언젠가 돌려보낼 것을 알고 가족이란 울타리에 요보호아동을 안아주는 일반위탁가정은 현재 도내 16세대가 있다. 많아야 20세대를 넘지 않는다. 전체 위탁세대가 285세대인 점을 감안하면 많은 편이 아니다. 그만큼 힘든 결정이고, 생각보다 수월하게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송씨는 "일부러 시간을 내고 경제적인 도움을 주는 것도 봉사지만 한참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을 가슴에 품어주는 것 역시 나눔"이라며 "이런 기쁨을 알게 해준 준호에게 늘 감사한다"고 말했다.

문의=755-9810(도 공동모금회·지정기탁), 문의=747-3273(가정위탁 지원센터·일반위탁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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