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미래를 일구는 농업인들] 37. 친환경 한라봉 농가 문찬식 씨

   
 
  친환경 농법으로 4950㎡ 규모 과수원에서 한라봉을 생산하는 문찬식씨는 지난해 12월9일 열린 제12회 친환경농산물 품평회 과일류 개인부문에서 품평회 대상인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유기농 재배와 직거래 판매 고집은 고객 신뢰 확보
'맛'과 '향'이 일품인 유기농 한라봉 생산 기반 구축

"농민이 건강해야 소비자도 건강할 수 있습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농민은 자신의 건강을 지킬뿐만 아니라, 땅을 살려 누구나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서귀포시 월평동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4950㎡ 규모 과수원에서 친환경 한라봉을 생산하는 문찬식씨(40·서귀포시 법환동)는 자신의 아버지가 암에 걸리면서 친환경 농법을 본격적으로 도입, 이젠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친환경 농산물 재배농민으로 우뚝섰다.

문씨는 지난 1999년부터 아버지를 이어 한라봉만 재배하고 있다. 다른 농가가 한라봉과 노지감귤, 시설 감귤 등 다양한 품종을 재배하는 것과 달리 문씨는 오로지 한라봉 재배에만 젊음을 쏟아붓는다.

특히 문씨는 지난 2004년부터 친환경 농업을 실천, 3년 전 유기재배 인증을 받고, 흙을 살리고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정직한 농부로 거듭났다.

# 신념으로 일군 최고 한라봉

문씨는 농약을 사용한 보기 좋은 한라봉보다 친환경 살충제와 액비 등을 사용한 맛과 향이 뛰어난 유기농 한라봉 재배를 선택했다.

하지만 친환경 농법으로 한라봉을 재배하는 것은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다. 유기농 한라봉은 농약과 화학비료 등을 사용해 생산하는 한라봉보다 생산량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판로가 확실치 않으면 애써 생산한 유기농 한라봉을 처리하지 못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직거래를 고집하는 문씨는 친환경 농법을 도입할 당시 문씨의 한라봉을 주문하는 고객이 많지 않아 맛과 향이 으뜸인 한라봉을 처리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았다.

이후 문씨의 유기농 한라봉을 맛본 소비자의 입소문이 나면서 이젠 한라봉 처리엔 신경을 쓰지 않는다.

문씨는 한라봉을 재배하기 시작할 때부터 인터넷 홈페이지(www.jejuhallabong.com)를 운영하며 전량 직거래 판매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문씨는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한라봉 가격을 올리거나 내리지 않고, 10년전 가격 그대로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생산량이 줄어들어 가격이 급등할 때는 손해를 보기도 하지만 그는 소비자와의 약속을 위해 돈욕심을 버렸다.

4950㎡(1500평) 규모의 농사를 짓는 문씨는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규모여야 양심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며 "더 이상 면적을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돈욕심을 버리고,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면적을 관리해야 양심적으로 농사를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문씨가 생산한 한라봉은 전국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12월9일 열린 제12회 친환경농산물 품평회 과일류 개인부문에서 문씨는 품평회 대상인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서울 양재동 하나로클럽에서 개최된 친환경농산물 품평회는 ㈔전국친환경농업협의회가 주최하고 농협중앙회와 ㈔환경농업단체연합회가 주관한 것으로 전국의 우수 친환경농산물의 발굴과 소비촉진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곡류, 과일류, 채소류, 가공식품 등 4개 부문에서 전국의 유명 친환경농산물이 대거 출품 및 전시돼 잔류농약검사와 육안 심사 등 심사위원들의 철저한 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했다.

# 최고품질 유기농산물을 위해

문씨가 생산한 한라봉은 맛과 향이 뛰어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그는 계란껍질, 현미식초, 한방 영양제, 바닷물 등의 천연자재를 이용해 농장에서 직접 만든 액체형 비료를 사용해 한라봉 특유의 향을 살려냈다.

"고품질 한라봉을 생산할 수 있는 비결은 욕심을 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그는 한라봉 나무 사이를 충분히 넓혀 햇빛과 바람이 잘 통하게 했다.

또 과감한 적과를 통해 나무 한 그루당 맺는 열매 숫자도 줄여 나무 생육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해 고품질 한라봉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그는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 없어서는 안될 땅을 좋게 하기 위해 초생재배를 통해 유기물을 보충하고, 토착미생물을 배양해 관주 및 엽면 시비를 실시한다.

특히 그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좇기보다는 오랫 동안 고품질 한라봉을 생산할 땅을 살리기 위해 1년동안 사용할 액비를 1년전에 담아 발효시킨 다음 사용한다. 1년 동안 발효시킨 액비와 당밀, 토착미생물 등을 상황에 맞게 사용하면 땅은 좋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그는 오늘날 심장질환에 빠짐없이 처방되는 '약방의 감초'처럼 쓰이는 '디기탈리스'를 탄화기로 추출한 은행잎액과 협죽도액에 석산뿌리와 갈아 생즙을 낸 것을 활용해 유기농 한라봉 재배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가루깍지벌레 방제에 효과를 보고 있다.

유기재배를 할 때 문제되는 것은 각종 벌레와 균, 바이러스 등이 이미 개발된 다양한 천연농약에 대한 내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씨는 독초액을 활용하고 오일제와 황토 유황 등을 사용해 천연농약에 내성이 생긴 병·해충 문제를 해결해 고품질 유기농 한라봉을 생산하고 있다.

문씨는 직거래 판매 시스템을 고집하다보니, 한라봉 품질에 대한 관리도 철저하다.

문씨는 12월 중순부터 다음해 2월말까지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가족을 총동원해 과감히 골라내는 선별 작업을 거쳐 최고 품질의 한라봉만 출하한다.

돈을 생각해서 빨리, 많이 파는 것에만 집착하지 않고 최상품의 한라봉만을 선택하고 수확 후 30∼40일 상온에서 숙성시켜 신맛을 줄이고 단맛을 높인 한라봉만 출하하는 것이 꾸준한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비법이다.

문씨는 고품질 한라봉 생산 비법에 대해 "토양 관리가 고품질 농산물 생산의 첫 걸음"이라며 "땅이 좋으면 한라봉 나무 뿌리가 좋아 오랫동안 고품질 한라봉을 생산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글·사진=윤주형 기자 yjh153@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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