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여덟번째 이야기 - 어미 호랑이 얼굴 앞 양기의 땅은 천리의 먹이를 구하는데 성공한다

   
 
  한라산 북에서 서북사면 얼굴 앞은 양기의 땅이다.  
 
동·서로 길게 뻗은 한라산의 산세는 장군이 홀로 앉아 서북을 향해 내려다보는 형상을 한다. 또한 그 형상이 마치 커다란 독수리 한 마리가 서북을 향해 금방이라도 날개를 펼듯한 형세이기에 산의 기복이 크고 성큼성큼하다. 제주시에서 바라본 한라산 북사면 아래 펼쳐지는 탐라계곡은 동과 서로 나뉘어진 모습이 사람人자 형상을 하여 인재가 많이 배출되는 형국이며 호랑이의 머리와 같아 천리의 먹이를 먹는데 성공하니 천리에 있는 곡식도 조석으로 먹는 생기의 땅이다. 산 길이의 길고 짧음은 그 기운의 발복과 인연이 있으니 북사면 얼굴앞은 날개가 짧아 그 발복도 빠르거니와 실패도 빠르다. 이 발복과 실패가 빠른 한라산 얼굴앞으로 내려오는 지맥의 줄기중 하나가 장구목에서 두레왓을 거쳐 오름군을 이루며 북사면 제주시에 건강한 양택지를 이룬다.

   
 
  거문오름(우)에서 상여(좌)로 이어지는 지맥  
 
# 두레왓에서 골머리오름으로

한라산 북사면 장구목에서 좌선(좌측에서 우측으로 행룡)하여 행룡하는 용이 큰두레왓을 만들고 행룡을 계속하여 족은 두레왓에게 지맥을 전해주며 족은두레왓에서 방향을 전환한 우선용은 지네의 형상을 하고 숲을 헤치고 나와 사방으로 맥을 전하는 오공출림형 골머리오름으로 그 맥을 전한다.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하여 일곱갈래의 지맥으로 나뉘는 골머리 오름의 기운탓으로 한라산 북사면의 기운은 용과 용사이(오름과 오름사이)가 짧고 그 기복이 기운차다. 높게 솟아 일어선 용은 다시 깊이 엎드리기 마련이니 북사면용들은 그 맥의 깊이가 깊기도 하다.  골머리오름의 지맥은 다시 걸시오름으로 이어져 노루손이에게 전해진다.

   
 
  광이오름(좌)에서 남좃은(우)으로 좌선하는 지맥  
 
# 걸시에서 노루손이·거문·상여·광이오름으로

골머리오름의 격려를 받으며 현무봉을 일으키고 현무봉 얼굴앞에서 두손을 포게어 물을 모으는 걸시오름의 얼굴 앞 또한 북사면을 향한다. 이땅의 양기는 북사면으로 이어져내리며 건강한 음택지(묘지)를 이루고 그 맥은 길게 좌선하여 노루손이로 이어진다. 걸시오름을 등에 지고 출맥한 노루손이는 서쪽으로는 도근천이 좌선수하며 호종하고 동으로는 한천 곁으로 갈래물이 용을 따라 흐르며, 갈래갈래 물줄기가 모여들어 양천(兩川) 사이의 용의 생기를 보호하고 행룡길을 함께 따르며 행수한다. 두 천은 한라산 얼굴 앞으로 내려가는 용의 기운이 흩어지지 아니하도록 용 곁을 보좌하는 중요한 소임을 맡는다. 노루손이의 지맥은 좌선하여 거문오름으로 전해지고 거문에서 상여와 광이오름을 거쳐 남좃은과 민오름으로 이어져 행룡을 계속한다.  이들 모두 화성체 한라산으로부터 상생을 이루며 토성과 금성의 생기를 머금은 길한 형상이니 한라산 얼굴 앞의 땅은 학문을 연구하고 재물을 모으기 쉬운 땅이다.

   
 
  남좃은(좌)에서 민오름(우)으로 이어지는 지맥  
 
# 등돌리고 앉아 있는 남좃은과 민오름

상여오름에서 우선하여 광이오름을 이룬 용은 방향을 전환하여 남좃은오름을 만들어낸다. 동사면으로 등 돌린 남좃은오름 용의 지맥이 서북을 감아돌며 남쪽에 등을 기대고 북동사면을 향해 자리를 튼 민오름에게 이어진다. 남좃은오름과 민오름이 서로 등 돌리고 앉아 있는 형국이니 두 오름 사이의 땅은 수기가 넘친다. 산은 움직이지 아니하니 음이요 물은 움직이는 기운이니 양이다. 그러하니 산이 높으면 음기가 높은 것이요 산이 낮으면 음기가 적은 것이다. 한라산에 가까운 오름일수록 음기는 높고 한라산에서 멀리까지 행룡한 오름일수록 음기보다 양기가 넘친다. 높은 산 거친 음기의 용이 행룡길에서 부드러운 양기의 물을 만나면 부드러운 자손(오름)을 낳으며 거친 물을 만나면 거친 자손을 만들어내니 이것이 바로 산과 물 즉, 음과 양의 순리다. 한라산 북사면 얼굴앞 용맥은 걸시오름과 노루손이오름을 지나고 나서야 순하고 부드러운 용으로 변모한다. 가장 순화된 땅 민오름 얼굴앞 북사면은 용의 모든 거친 기운이 순화된 양택지(산 사람이 머무는땅)를 이루며 이 얼굴 앞으로는 잃어버린 마을 해산이가 자리한다.

# 기(氣)의 진행방향이 산의 얼굴과 등을 만든다

한라산 북사면 용의 지맥은 서북과 북을 향해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행룡을 반복한다. 방향을 전환하며 행룡하는게다. 용이 방향을 전환하려거든 물을 만나야 한다. 물을 만나야 용이 멈추고 자리를 틀며 남은 여기를 모아 다시 새로운 오름을 만드는게다. 산(오름)마다 얼굴과 등이 제각각 다르다. 용의 기운이 산으로 올라 상승하는 쪽이 등(背)이 되고 하강하는 쪽이 산의 얼굴(面)이 된다.  산의 등은 가파르고 경사져 비가 오면 흙이 씻겨내려가 나무가 자라기 어렵고 생기를 모으지 못하며 산의 얼굴 앞은 바람을 감추고 물이 감싸 안아주는 땅이기에 생기를 모아 건강한 땅을 이룬다. 한라산 용(산)의 생기는 장군의 얼굴 앞 제주시 오름들 제각각의 얼굴 앞마다 그 생기를 자랑한다. 그 자랑이 지금은 고가도로에 잘려나가고 도로로 파헤쳐지면서 양기의 땅이 음기의 땅으로 해마다 바뀌어지고 있다. 음기로 바뀐 땅은 다시는 양기로 바뀌지 아니한다. 사람이 음기로 바꾸어 놓아버린 등돌린 땅은 마음 없는 이를 가슴에 품은 애처로운 빈가슴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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