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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민문화마루] 우리의 말(語)은 어디로 가나요?강권용 제주현대미술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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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1-18 (화) 18:06:51 | 승인 2011-01-18 (화) 18:06:51

   
 
   
 
언론에 따르면 제주의 언어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한다. 유네스코에서 ‘사라지는 언어’를 5단계로 분류하였는데 제주어가 4단계인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로 분류되었다고 한다. 내가 사용하던 말이 조만간 사라진다는 생각에 오금이 저려왔다.

우리에게 언어라는 것은 단순한 정보전달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황국신민화를 위해 강압적으로 우리말을 없애려고 한 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없애기 위함이었다. 언어에는 모든 문화가 녹아있기 때문에 이것을 없앤다면 일본이 원하는 꼭두각시를 만들 수가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말은 철저하게 억압받았고 아직도 일본식 잔재가 우리들 일상에 남아 있다. 이렇듯 말이라는 것이 한 번 오염되면 정화되기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현재 진행형이다. 정치적 강제성을 띄지는 않지만 수많은 외래어의 난립으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건 매 한가지이다. 우리말이 이러한데 지방어는 그 정도가 얼마나 심각할까? 유네스코의 진단은 바로 이 현상에 대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10여 년 간의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향한 비행기에서의 일이었다. 새로운 도전이란 긴장감과 고향의 삶이란 설레 임이 어느 때 보다 강하게 교차하고 있어 나와 나의 아내는 깊은 침묵에 싸여있었다. 고향이 가까울수록 침묵은 더욱 깊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승무원이 비행기가 제주도에 다 왔다고 제주어로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나와 아내의 침묵을 깨는 고향의 소리에 우리는 웃음을 참지 못하였다. 특이함도 있었지만 오랜만에 듣는 고향의 말이었기 때문이다.

요즘 출근 때 마다 꼭 듣는 프로그램이 제주의 한 방송사에서 방송하는 시사프로그램이다. 제주어로 진행되는 그 프로그램을 듣다보면 내가 쓰지 않아서 잊어버렸던 말들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제주의 현안을 제주어로 말한다는 게 그 어떤 말보다 살갑고 피부에 와 닿는다. 제주 지역의 정서가 고스란히 뿜어져 나오는 그 방송을 듣다보면 말이라는 것은 쓰여 질 때 그 소임을 다한다는 걸 다시금 느낀다. 국어사전에 쓰여 있는 수많은 고어들과 국어들이 있지만 그것들이 쓰여 지지 않는다면 표본실의 박재가 될 뿐이다. 이래서 매스미디어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크다. 요즘 젊은이들처럼 활자보다 동영상에 익숙해져 있는 이들에게 매스미디어를 활용한 방안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지역어의 사용자란 부끄러움의 극복이다. 이 것은 사실 우리나라의 표준어 정책이 잘 못 되어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지방어를 ‘사투리’라고 부르는데 ‘사투리’란 단어가 지방어를 비하하는 뜻이 들어있는 단어이다.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란 표준어 규정은 정치, 경제, 문화가 서울로 집중된 것과 일맥상통하며 ‘사투리’와 상반되는 개념으로 통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너와 내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언어의 다양성을 가질 때 큰 힘을 갖게 된다.

<강권용 제주현대미술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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