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기획/"어멍아방 영 살았져"](31)곤밥먹는 멩질날
제사 지방은 막둥이가 써사 댕 멍 나안티만 쓰랭 연
'온 가족 세배 가는 길'(「사진으로 보는 제주역사」 중) | ||
“복 많이 받곡 오래오래 삽서양!”
“요디 상 잇인 집의 몬저 댕기단 보난 늦어서마씀”
용심난 사름찌 무뚝뚝허곡 투박 세뱃말이주마는 그 소곱읜 웃어른을 모시젱 허는 음이 득 들어잇인 우리 제주도 젊은 사름덜 옛날 세뱃말이다.
세배도 세배주마는 다른 멩질날 보담 설멩질이 와가민 지일 지꺼졍 뜨는 건 두린 아이덜이다. 멩질 아싯날부떤 어려운 살림걱정거리가 꼼 셔도 집안 아이덜 덕분에 웃는 소리가 득다.
# 새 신광 새 옷은 무사 경 자랑고픈지
#“야! 빙찬아 궤기 낚아오라 지숙게”
멩짓날이 가차와 가민 아버진 날 앙 궤기 낙그레 바당의 간다. 날이 아사 바당의 강 궤기 낚으는 거란 저슬 날씨에 날이 차도 름엇은 날을 지둘리멍 라날 전의부떠 맹심영 준비다. 저슬 언날 바당의 가젱 민 옷도 붕탱이찌 입곡 모자영 귀막에도 령 가는디 석석 바당물 디서 니껍도 심곡 깅이도 심엉 털멍 졸락이나 고망우럭을 낚으는디 리만 낚아져도 막 지꺼졍 웨울르곡, 경허당 꼼 큰 궤기가 그믓이 문 거 찌 직 낚싯줄을 올령 보민 들래기 새끼가 들락들락 멍 올라왕 경허민 꼼 부에낭그네 데껴불곡 멍 지런이 미잇게 지숙을 장만햇다.
쉐궤기 적이나 돗궤기 적은 못 해여도 바릇궤기 지숙은 여사 댕 허멍 궤길 낚으는디 그 시절읜 바당에 궤기덜이 하영 잇어나싱고라 큰 궤기도 잘 물엉 하영 낚아지곡 멩질 리는디 도움이 컷다.
#“창문도 르곡 지방도 쓰라”
멩질 이틀전읜 동네 젊은이덜이 내창 디강 돗추렴을 는디 아이덜은 지숙 갈를 생각은 안허곡 이서 복복 털멍 상 지둘리당 오좀께만 지여지민 축구쟁 산내장으로 음박질 곡 그 오좀껠 불엉 축구뽈을 맹글민 루 해 차멍 놀아도 까지지도 안곡 미지게 놀 수 잇다.
멩질 아싯날읜 집안읠 이 해여사 난 집안 고망고망 아댕기멍 지런이 씰곡 딲아사 엿고 터진 창호지문도 누비멍 붓치멍 엿는디 경허당 보민 창문이 누더기 붓친거 찌 데작데작게 뒈엿주마는 그게 놈이대둥 다 는 거난 경 부치럽게 보진 안 해여난 거 닮다.
집안의 구석구석이 다 이 뒌거 닮으민 젯자리로 쓰는 초석이영 벵풍이영 내놩 털곡 딲으곡, 제기도 내놩 씻곡 딲으곡, 놋그릇은 닦으쟁 민 짚새기도 줏어당 놓곡 불치소곱을 헤치멍 재도 퍼당 놩 박박 닦으곡 후 제사 지방을 쓰는디 이 일은 꼭 막둥이가 써사 댕 멍 초등교 4년인 나안티만 쓰랭 연 글도 몰르곡 뜻도 몰른 한짤 쓰젱 민 서툰밧치주마는 수 엇이 어떵어떵 케멍, 장석멍, 흘리멍 어렵게 어렵게 썻다.
글 서늉은 으나 마나 숭악햇주마는 글가 틀리지만 안민 뒈엿젱 추구리곡, 경 지방을 멩질날읜 벵풍에 붓쳥 우리아덜 쓴 지방이옝 자랑는 아방 이서 중이 고망이라도 고픈 난 부치러움이 셩 만 벌겅햇다.
아방이 돗궤기적 땐 두린 애기덜 몬딱 나왕 돔베 이 오물오물 둘러안장 긋긋 늬치름을 흘리는디 그거 점썩만 몬저 케우려 줘부러시민 좋을 건디, 적허는 일 다 Rm기 전읜 나토 안줘부난 아이덜만 성가셩 햇다.
설날 뒈민 웃어른덜 안티 세배영 받는 그 쬐끌락 세뱃돈이 얼마나 좋은지 그 돈으로 큰 재산을 일구는 거 찌 막 지꺼졍 이레 락 저레 락 멍 들러퀴여난 생각은 요즈금 아이덜도 비슷 거 닮다.
# 지둘리던 “곤밥먹는 멩질날”
조상님 모신 상읜 먹음직 지물이영 곤밥이영 과일이영 잘 련 올려노난 두린 아이덜은 어느제랑 파제영 저걸 먹으코 멍 긋긋 지둘렷는디 파제영 음복 때 먹는 그 곤밥은 더 먹는 밥이곡, 해가 구물어도 두 번 다시 못 먹는 곤밥이란 말 맛잇게 먹엇는디, 가는디 마다 맛좋댄 멍 먹당 보민 배가 항이 뒈영 아팡 둥글곡 던 일은 요조금 아프리카 가난 나라의서 굶는 아이덜이나 매 가지라 난 거 닮다.
생각해여 보민 그 시절읜 보리밥도 엇엉 굶어낫는디 곤밥이옌 건 얼마나 귀 밥이곡 또 얼마나 맛좋게 먹어나신디 입에만 놔도 지대로 술술 려가는 꿀밥이나 다름 엇은 밥이고 아이덜 마다 지일 먹고파 는 밥이다.
영 헌 곤밥이 요샌 밥상마다 남앙 돌아댕겸시난 시상 말 놀랍게도 하영 발전햇다.
어머님은 멩질 리젱 민 덜 전의부떠 지들컷도 장만곡, 지물도 장만곡, 멩질 이틀 전진 물항의 물도 뜩게 채와 놓곡, 멩질 아싯날읜 온 식구덜 다 모다들엉 지물 리는디 앞장사곡, 멩질날읜 낭불 으멍 눈에 내들엉 눈물흘리멍 메도 곡, 갱도 끌리곡, 말 눈코 뜰 를엇이 일다.
멩질이 넘으민 제기덜을 씻어사 난 물 데와놓곡 짚새기 자리도 맹글아놩 놋그릇도 다시 딲그는디 하늬름 부는 저슬 언날 름이 창 이 치져질 거 은 추위에도 이 나게 일는 거 보민 말 어머닌 일는 기계 닮다.
# 라집이 과세댕기쟁 민 를에 다 못 돌앙
멩질은 우리집만 는 게 아니라 방상칩이영 몬딱 돌아 댕기멍 일곱밧을 강 세배허곡 제 지내곡 는디 멩질이 다 끝나젱 민 해가 막 서펜더레 넘어가부러도 사돈칩이영 동네 삼년상이 놔 잇인 집읜 멩심영 과세(세배)를 댕겨사 곡 웃어른네 집도 하영 아댕기멍 세배여사 착덴 아낫다.
이추룩 라집이 과세 댕기젱 민 를에 다 못 돌앙 초사흘 지 돌아 댕겨사 듯 햇다.
이웃 동네에 과세가는 사름덜은 사돈칩읜 초사흘 안의 댕겨사 곡 기냥 웃어른네 집읜 정월 보름 지도 댕겨낫다.
절은 젱 허민 오른착 손은 아래 놓곡 왼착 손이랑 위에 덕겅 절랭 르치는 아버지가 늘 예절선싱이다.
먼디 잇인 사돈이 과세온댕 민 아명 를져도 집안 소지영 음식 리는 거영 온 식구가 정신엇이 를지다.
생각해여 보민 사돈은 지일 가차운 궨당일 건디 무사 경 잘 궤젱 해염신디 경난 “사돈은 가찹고도 먼 궨당”이옌 는 거 닮다.
왜정시대 일본식으로 송아쑤옌 는 양력멩질을 게는 정책이 셔 낫는디 우리 정부의서도 단일과세옝 멍 양력설을 게끄름 밀어 붓쳣던 일이 셔 낫주마는 음력 정월 초루가 옛날부떠 려오는 우리 민족의 미풍양속 설멩질인 거 만은 틀림 엇은 일이다.
“신묘년 토끼해옌 더 건강곡 미진 일 하영 맹글앙 하영 하영 우습서.”
글 현병찬 서예가·㈔제주어보전회 자문위원
㈔제주어보전회(www.jejueo.com) 제공
아시날:전날, 어제
중기:어중기. 정신이 분명하지 못하고 두루뭉실한 사람, 모자란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
붕물다:부르트다
미녕:무명
몽글다:물건이 너무 쓰이어 다 닳아지고 모지라지다
구둠:몬지. 먼지
차다:날씨 따위가 매섭게 차다
날:화창하고 바람이 잔잔한 날
니껍:늬껍. 미끼
그뭇다:굳은 각오로 이를 악물고 입을 꽉 다물다
지숙:제사때 쓰는 바닷고기
장석다:몸이 편안하지 못하거나 무거운 것을 들 적에 끙끙 소리를 내다
끄다:마치다
대토:대신, 대리
어떵어떵 케멍 장석멍 흘리멍 어렵게 어렵게 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