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기획/"어멍아방 영 살았져"](31)곤밥먹는 멩질날

 

 

제사 지방은 막둥이가 써사 댕 멍 나안티만 쓰랭 연

 

   
 
  '온 가족 세배 가는 길'(「사진으로 보는 제주역사」 중)  
 
“삼춘 요레 영 아집서 세배 올리쿠다.”

“복 많이 받곡 오래오래 삽서양!”

“요디 상 잇인 집의 몬저 댕기단 보난  늦어서마씀”

용심난 사름찌 무뚝뚝허곡 투박 세뱃말이주마는 그 소곱읜 웃어른을 모시젱 허는 음이 득 들어잇인 우리 제주도 젊은 사름덜 옛날 세뱃말이다.

세배도 세배주마는 다른 멩질날 보담 설멩질이 와가민 지일 지꺼졍 뜨는 건 두린 아이덜이다. 멩질 아싯날부떤 어려운 살림걱정거리가 꼼 셔도 집안 아이덜 덕분에 웃는 소리가 득다.

 

# 새 신광 새 옷은 무사 경 자랑고픈지

우리 두린 땐 설멩질 쯤 전의부떠 사논 새 고무신이 말 자랑고픈 거란 잘 때도 쿰에 쿰엉 자곡, 교갈 땐 벡장 소곱이 곱져두곡, 집이 오민 그 신을 내놩 영도 신어보곡 졍도 신어보곡 멍 어느제랑 멩질날이 뒈영 이 신을 신엉 자랑코 멍 지들리는 , 새로 산 신은 발이 커가민 짝댕 멍  큰 신을 사줘불민 흘탁흘탁 끄성 댕기멍도 중기찌 지 서늉도 몰르멍 막 좋앙 는 아이덜, 발에 맞인 신을 사민 발 뒷치기가 붕물곡 터졍 잘 신지 못허난 뒷치기 아래 투터운 종이로 앙 받투멍 신으민 락락허멍 댕기곡, 이런 일은 농촌이서 커난 사름덜은 누게나 다 젹거본 일일꺼다.

   
 
     
 
새로 사준 미녕옷도 경 좋앙 지각 지각 당 보민 입기도 전의 손에 다 몽글아불거 찌 구둠만 삭삭 나도 그 옷만 지고팡 곡, 멩질날 새 옷 입은 아이덜은 그 새옷이 구겨져불카부뎅 도 굳작 다리도 굳작영 빙신찌 걷곡, 날이나 궂쳥 새 옷에 펄이나 튀민 곧 죽어질거 찌 앙작멍 벌작곡, 새 옷 입은 날읜 날이 창 얼엉 독독 털멍도 얼지 아니첵 곡, 경여난 생각을 민 요즈금 왕은 나토 믿어지지 안 일이다.

#“야! 빙찬아 궤기 낚아오라 지숙게”

멩짓날이 가차와 가민 아버진 날 앙 궤기 낙그레 바당의 간다. 날이 아사 바당의 강 궤기 낚으는 거란 저슬 날씨에 날이 차도 름엇은 날을 지둘리멍 라날 전의부떠 맹심영 준비다. 저슬 언날 바당의 가젱 민 옷도 붕탱이찌 입곡 모자영 귀막에도 령 가는디 석석 바당물 디서 니껍도 심곡 깅이도 심엉  털멍 졸락이나 고망우럭을 낚으는디 리만 낚아져도 막 지꺼졍 웨울르곡, 경허당 꼼 큰 궤기가 그믓이 문 거 찌 직 낚싯줄을 올령 보민 들래기 새끼가 들락들락 멍 올라왕 경허민 꼼 부에낭그네 데껴불곡 멍 지런이 미잇게 지숙을 장만햇다.

쉐궤기 적이나 돗궤기 적은 못 해여도 바릇궤기 지숙은 여사 댕 허멍 궤길 낚으는디 그 시절읜 바당에 궤기덜이 하영 잇어나싱고라 큰 궤기도 잘 물엉 하영 낚아지곡 멩질 리는디 도움이 컷다.

 

#“창문도 르곡 지방도 쓰라”

멩질 이틀전읜 동네 젊은이덜이 내창 디강 돗추렴을 는디 아이덜은 지숙 갈를 생각은 안허곡 이서 복복 털멍 상 지둘리당 오좀께만 지여지민 축구쟁 산내장으로 음박질 곡 그 오좀껠 불엉 축구뽈을 맹글민 루 해 차멍 놀아도 까지지도 안곡 미지게 놀 수 잇다.

멩질 아싯날읜 집안읠 이 해여사 난 집안 고망고망 아댕기멍 지런이 씰곡 딲아사 엿고 터진 창호지문도 누비멍 붓치멍 엿는디 경허당 보민 창문이 누더기 붓친거 찌 데작데작게 뒈엿주마는 그게 놈이대둥 다 는 거난 경 부치럽게 보진 안 해여난 거 닮다.

집안의 구석구석이 다 이 뒌거 닮으민 젯자리로 쓰는 초석이영 벵풍이영 내놩 털곡 딲으곡, 제기도 내놩 씻곡 딲으곡, 놋그릇은 닦으쟁 민 짚새기도 줏어당 놓곡 불치소곱을 헤치멍 재도 퍼당 놩 박박 닦으곡  후 제사 지방을 쓰는디 이 일은 꼭 막둥이가 써사 댕 멍 초등교 4년인 나안티만 쓰랭 연 글도 몰르곡 뜻도 몰른 한짤 쓰젱 민 서툰밧치주마는  수 엇이 어떵어떵 케멍, 장석멍, 흘리멍 어렵게 어렵게 썻다.

글 서늉은 으나 마나 숭악햇주마는 글가 틀리지만 안민 뒈엿젱 추구리곡, 경 지방을 멩질날읜 벵풍에 붓쳥 우리아덜 쓴 지방이옝 자랑는 아방 이서 중이 고망이라도 고픈 난 부치러움이 셩 만 벌겅햇다.

아방이 돗궤기적  땐 두린 애기덜 몬딱 나왕 돔베 이 오물오물 둘러안장 긋긋 늬치름을 흘리는디 그거  점썩만 몬저 케우려 줘부러시민 좋을 건디, 적허는 일 다 Rm기 전읜 나토 안줘부난 아이덜만 성가셩 햇다.

설날 뒈민 웃어른덜 안티 세배영 받는 그 쬐끌락 세뱃돈이 얼마나 좋은지 그 돈으로 큰 재산을 일구는 거 찌 막 지꺼졍 이레 락 저레 락 멍 들러퀴여난 생각은 요즈금 아이덜도 비슷 거 닮다.

 

# 지둘리던 “곤밥먹는 멩질날”

조상님 모신 상읜 먹음직 지물이영 곤밥이영 과일이영 잘 련 올려노난 두린 아이덜은 어느제랑 파제영 저걸 먹으코 멍 긋긋 지둘렷는디 파제영 음복 때 먹는 그 곤밥은   더 먹는 밥이곡,  해가 구물어도 두 번 다시 못 먹는 곤밥이란 말 맛잇게 먹엇는디, 가는디 마다 맛좋댄 멍 먹당 보민 배가 항이 뒈영 아팡 둥글곡 던 일은 요조금 아프리카 가난 나라의서 굶는 아이덜이나 매 가지라 난 거 닮다.

생각해여 보민 그 시절읜 보리밥도 엇엉 굶어낫는디 곤밥이옌  건 얼마나 귀 밥이곡 또 얼마나 맛좋게 먹어나신디 입에만 놔도 지대로 술술 려가는 꿀밥이나 다름 엇은 밥이고 아이덜 마다 지일 먹고파 는 밥이다.

영 헌 곤밥이 요샌 밥상마다 남앙 돌아댕겸시난 시상 말 놀랍게도 하영 발전햇다.

이추룩 지둘리던 곤밥을 젱 민 그 귀 곤을 장만여사 는디 나록 대토 산뒤로 곤밥는 집도 싯주마는 우리 어머님은 나록을 장만젱 그 어려운 살림중의서도 우잣듸 싱겅 키운 킬 당 오일장의 강  돈이나 을에 뱅줄 탕  돈으로 곤을 꼼썩 꼼썩 상 모아두곡 멍 름부떠 장만해영 져 놧던 곤이다. 중간의 누게가 아팡 곤 미움이라도 쒕 줘불민 그 대 채와 놓젱 또시 일곡 경허멍 애끼곡 냥곡 으멍 조상님 모시젱 애쓰는 어머님광 아버진 우리안티 조상님 모시는 모범을 붸와주곡 르쳐 준 선싱이다.

어머님은 멩질 리젱 민 덜 전의부떠 지들컷도 장만곡, 지물도 장만곡, 멩질 이틀 전진 물항의 물도 뜩게 채와 놓곡, 멩질 아싯날읜 온 식구덜 다 모다들엉 지물 리는디 앞장사곡, 멩질날읜 낭불 으멍 눈에 내들엉 눈물흘리멍 메도 곡, 갱도 끌리곡, 말 눈코 뜰 를엇이 일다.

멩질이 넘으민 제기덜을 씻어사 난 물 데와놓곡 짚새기 자리도 맹글아놩 놋그릇도 다시 딲그는디 하늬름 부는 저슬 언날 름이 창 이 치져질 거 은 추위에도 이 나게 일는 거 보민 말 어머닌 일는 기계 닮다.

 

# 라집이 과세댕기쟁 민 를에 다 못 돌앙

멩질은 우리집만 는 게 아니라 방상칩이영 몬딱 돌아 댕기멍 일곱밧을 강 세배허곡 제 지내곡 는디 멩질이 다 끝나젱 민 해가 막 서펜더레 넘어가부러도 사돈칩이영 동네 삼년상이 놔 잇인 집읜 멩심영 과세(세배)를 댕겨사 곡 웃어른네 집도 하영 아댕기멍 세배여사 착덴 아낫다.

이추룩 라집이 과세 댕기젱 민 를에 다 못 돌앙 초사흘 지 돌아 댕겨사 듯 햇다.

이웃 동네에 과세가는 사름덜은 사돈칩읜 초사흘 안의 댕겨사 곡 기냥 웃어른네 집읜 정월 보름 지도 댕겨낫다.

절은 젱 허민 오른착 손은 아래 놓곡 왼착 손이랑 위에 덕겅 절랭 르치는 아버지가 늘 예절선싱이다.

먼디 잇인 사돈이 과세온댕 민 아명 를져도 집안 소지영 음식 리는 거영 온 식구가 정신엇이 를지다.

생각해여 보민 사돈은 지일 가차운 궨당일 건디 무사 경 잘 궤젱 해염신디 경난 “사돈은 가찹고도 먼 궨당”이옌 는 거 닮다.

왜정시대 일본식으로 송아쑤옌 는 양력멩질을 게는 정책이 셔 낫는디 우리 정부의서도 단일과세옝 멍 양력설을 게끄름 밀어 붓쳣던 일이 셔 낫주마는 음력 정월 초루가 옛날부떠 려오는 우리 민족의 미풍양속 설멩질인 거 만은 틀림 엇은 일이다.

“신묘년 토끼해옌 더 건강곡 미진 일 하영 맹글앙 하영 하영 우습서.”

글 현병찬 서예가·㈔제주어보전회 자문위원

㈔제주어보전회(www.jejueo.com) 제공

 

아시날:전날, 어제

중기:어중기. 정신이 분명하지 못하고 두루뭉실한 사람, 모자란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

붕물다:부르트다

미녕:무명

몽글다:물건이 너무 쓰이어 다 닳아지고 모지라지다

구둠:몬지. 먼지

차다:날씨 따위가 매섭게 차다

날:화창하고 바람이 잔잔한 날

니껍:늬껍. 미끼

그뭇다:굳은 각오로 이를 악물고 입을 꽉 다물다

지숙:제사때 쓰는 바닷고기

장석다:몸이 편안하지 못하거나 무거운 것을 들 적에 끙끙 소리를 내다

끄다:마치다

대토:대신, 대리

어떵어떵 케멍 장석멍 흘리멍 어렵게 어렵게 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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