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송당마을제에는 진기한 풍경이 펼쳐졌다. 마을길에 50m가 넘는 부직포가 '레드 카펫'처럼 깔려 혹시 모를 '불편한 손님'에 대비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지정 무형문화재 5호인 송당마을제가 치러지는 송당리는 축산 의존도가 높은 중산간 마을로 벌써 몇 달째 '구제역'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상황상 가급적 마을 차원에서 조용히 마을제를 치르겠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구좌읍이며 송당리사무소에서 쏟아지는 문의전화에 "죄송하다"는 안내를 했고, 현수막 등을 이용해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성산일출제며 정월대보름들불축제가 줄줄이 취소됐고, 축산농가의 참여 자제와 축산 농가 인근에서 치러지는 행사는 가급적 자제해 줄 것을 부탁하는 공문까지 발송했다.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 '송당마을제 봉행'보도자료가 배포됐다. 의미며 가치에 대한 넉넉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자료 어디에도 구제역 방역에 따른 협조 문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문화재 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문화재청 역시 무형문화재 공개행사 같은 불특정 다수가 군집하는 행사에 대한 구제역 관련 관리 매뉴얼이 없는 상황에서 지역차원의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제역을 막기 위해 도 전체가 긴장을 할고 있는 상황에서 도청 내부에서 보여진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은 많이 아쉽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올해 송당마을제에는 예년에 비해 참관객이 10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고 한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방역을 위해 애를 쓴 관계자나 이런 마을의 뜻에 따라준 사람들의 마음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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