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취재 2011/ 흔들리는 제주의 방어유적<상>
제주시 공개한 보고서 1993년 조사결과와 흡사
원형 훼손 가능성 제기...체계적 고증 작업 절실

   
 
  ▲ 1993년 제주도가 발간한 「제주의 방어유적」에 수록된 애월연대  
 
제주시는 최근 제주의 방어유적인 애월연대 실측조사결과를 공개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는 지난 1993년 이뤄진 방어유적 조사결과와 흡사, 조사의 방향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애월연대에 대한 훼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를 검증하기 위한 작업이나 조사는 이뤄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18년전 조사 되풀이

제주시는 지난 14일 도지정기념물 제23-17호인 애월연대에 대한 실측조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38개 연대 중

   
 
  ▲ 최근 실측조사가 완료된 유적  
 
하나인 애월연대는 애월진에 속해 있었으며, 동쪽의 남두연대와 서쪽의 귀덕연대 및 우지연대 등과 통신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또 병력은 시대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별장 6명과 봉군 12명이 있었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번 애월연대 실측조사는 지난해 12월29일부터 올해 2월22일까지 실시됐으며, 조사결과는 향후 애월연대가 훼손될 경우 복원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애월연대 실측조사결과가 지난 1993년 실시된 제주의 방어유적 조사결과와 흡사, 과거의 조사를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1993년 8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애월연대를 포함한 제주의 방어유적에 대한 조사를 실시, 책자를 발간했다.

도가 발간한 「제주의 방어유적」에 기재된 애월연대의 유적현황을 보면 시가 최근 실시한 실측조사결과와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애월연대의 석축높이와 형태, 축조방법 등을 담은 내용이 모두 동일했으며, 애월연대 서남측 모서리 사이가 25㎝ 정도 벌어졌다는 조사결과도 같았다.

때문에 시가 애월연대의 실측조사 방향을 잘못 설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원형훼손 가능성 제기

이처럼 애월연대 실측조사 방향 설정문제를 놓고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는 당초 원형과 다르다는 주장 때문이다.

도가 발간한 「제주의 방어유적」에는 애월연대의 원형이 잘 보존된 것으로 기재됐고, 시가 실시한 실측조사보고서에도 동일한 내용이 수록됐다.

그러나 고영철 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남광초 교감)은 “제주도가 발간한 「제주의 방어유적」에는 원형이 잘 보존됐다고 써있으나 돌을 쌓은 기술과 형태를 협자·말등포·소마로연대와 비교할 때 1970년대에 다른 연대와 함께 복원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고 회장은 “애월연대와 남두연대, 우지연대, 수근연대, 조천연대, 천미포연대 등 6개 연대의 경우 1975년부터 1980년 사이에 복원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6개 연대를 직접 확인해보면 모양이 모두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애월연대에 훼손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체계적인 고증 작업을 수행, 제주 방어유적의 원형을 밝혀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 관계자는 “도내에 남아 있는 연대 중에는 애월연대가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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