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취재2011 외면받는 지하상가 휠체어리프트(하)

 전동휠체어·스쿠터 규격 '부적합'
 출구 12곳 중 설치 2곳 이동 불편

장애인과 노약자의 지하상가 접근성 확보를 위한 휠체어리프트시설 이용률이 저조, 외면 받고 있다. 게다가 추락사고 위험 등 안전성 문제와 급증하는 전동 보조장구가 리프트에 적재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안전성 확보조치는 물론, 시설교체와 더불어 접근성 제고를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9일 지체장애인 강모씨가 제주시 중앙지하상가에 설치된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고 있다. 한 권 기자  
 
△리프트 이용 '기피'

지난 19일 오전 지체장애인 강모씨(36)와 제주시 중앙지하상가를 동행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온 강씨는 지하상가 출입구에 도착했을 무렵 한숨부터 내쉬었다.

현재 지하상가에 구축된 구형 휠체어리프트가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 규격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현장확인 결과 리프트시설 어디에도 전동스쿠터·휠체어의 적재금지를 나타내는 안내문은 확인할 수 없었다. 작은 스티커가 붙여져 있긴 하지만 색이 바래 눈에 띄지 조차 않았다.

게다가 출입구에 새겨진 리프트 작동설명문도 벗겨져 읽기가 힘든 상황이다.

반면 관련전문업체에 따르면 현재 지하상가 리프트시설은 전동스쿠터의 경우만 적재가 불가능하고 전동휠체어는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강씨가 직접 전동휠체어로 탑승, 확인한 결과 리프트의 받침판 길이가 전동휠체어의 앞뒤 길이보다 짧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휠체어리프트 탑승 가능규격은 폭 800㎜이하, 길이 1050㎜이하, 중량 225㎏이하인데 반해 전동휠체어는 길이 1130㎜, 폭 630㎜, 중량 115㎏이고, 전동스쿠터는 길이 1250∼1420㎜, 폭 580∼650㎜, 중량 95㎏인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추락방지를 위해 끼워야 하는 '수동스토퍼'를 빼야만 가까스로 탑승이 가능했다.

강씨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용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막상 이용해보면 덜컹거리고 회전할 때도 무섭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편의시설이 오히려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이용자들에게 불안감 조성과 사고 위험만 높이고 있다.

중앙지하상가 관리소 관계자는 "현재 리프트는 2일에 1명 꼴로 이용하고 있다"며 "안전성과 전동장구 적재문제 등 운영에 많은 고충이 있다"고 말했다.      

△이동편의 고려 안돼

현재 지하상가 출입구는 중앙로 4거리 구간(5·6·7·8번) 4곳, 동문로터리 구간(1·2·3·4번) 4곳, 관덕로 구간(9·10·11·12번) 4곳 등 12곳이다.

지하상가 12곳의 출입구 가운데 휠체어리프트가 구축된 곳은 5·6번 출입구 2곳에 불과하다.

그런데 시가 지하상가 리프트 구축 당시 이용편의를 고려치 않는 등 뚜렷한 설치기준 없이 구축해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침해, 불만을 사고 있다.

5·6번 출입구에 각각 설치된 리프트가 모두 다 동쪽방향으로만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재 동쪽 지하상가 5·6번 출입구를 이용할 경우 서쪽방면(관덕정) 출입구로는 나올 방법이 없는 상태다.

반대로 서쪽 7·8번 출입구의 리프트 미설치로 서쪽방면에서는 지하상가 출입을 위해 중앙로 현대약국 인근 횡단보도 또는 칠성로 횡단보도까지 이동, 5·6번 출입구를 이용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장애인들이 지하상가를 이용하기 위해선 적잖은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접근성 제고 등 대책 시급

이처럼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지하상가 출입 편의시설이 사고위험과 이용 불편으로 인해 기피되는 만큼 안전성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특히 구형 리프트시설 부품 단종에 따른 수리문제, 장애인 전동스쿠터·휠체어 이용자 급증 현상 등을 감안, 시설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중앙로 4거리 구간 동쪽방면에만 설치된 리프트시설로 장애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만큼 운영실태에 대한 전반적인 진단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안전성 문제나 전동장구 적재불가 등 리프트시설이 직면한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하지만 예산문제로 대책마련에는 다소 시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권 기자 hk0828@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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