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4·3위령제 초연 극단 항로 ‘蛇의 島’ 깊은 감동 전해
4·3평화마당극제 참가 ‘조선적’발목…유족회 도움 등 관심

   
 
  ▲ 지난 17일 오사카 4.3위령제에서 초연된 극단 항로의 연극 ‘蛇의 島’ 중 한 장면  
 
4·3에 아들을 잃고 뒤 밀항으로 일본에 간 ‘어머니’의 눈과 입은 실로 꿰매져 있다.

이 어머니의 모습은 유일한 피붙이를 역사가 숨겨놔서 찾을 수 없고, 억울하고 슬퍼도 소리 내 털어놓을 수 없는 현실을 상징한다. 아들을 찾기 위해 삶을 쏟아 부운 어머니는 지금 세대에게 뼈있는 충고를 한다.

“너희들은 그들의 피로 얼룩진 역사를 안고 태어났는데 어째서 어머니·아버지의 이름을 제대로 부르지 못하느냐”(연극 ‘蛇의 島’ 중)

지난 17일 일본 오사카 관음사에서 열린 현지 4·3위령제 현장은 재일 제주인인 젊은 연극인 두 명의 몸짓과 대사에 울음바다가 됐다.

당시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 3만명에 이르는 ‘이름’을 담은 종이 위패와 60년 세월을 아들을 찾기 위해 쏟아 넣은 어머니 등 극단 항로의 김철의(40)·김민수(37), 이들 두 배우가 풀어낸 4·3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절절했다.

재일동포로 일본에서 연극을 하면서 한국 이름과 우리 말, 4·3을 고집했던 두 배우의 제주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연극 ‘蛇의 島’ 의 마지막, 참가자들이 위패를 확인하고 국화를 헌화하며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퍼포먼스에 참가하고 있다.  
 
각각 극단 메이와 극단 달오름을 이끌고 있는 두 배우 중 김철의씨는 ‘조선적’신분으로 벌써 두 번이나 제주 무대에 서는 것이 좌절됐다.

지난해 영상으로 제주4·3평화마당극제에 참가, “나는 내 몸에 흐르는 제주의 핏줄을 사랑한다” “뼈 한 조각으로 남아도 고향에 가겠다”는 의지를 전했던 김철의씨의 한국 비자는 아직 ‘통과’ 결정을 받지 못한 상태다.

오사카 4·3위령제에서 이런 사정을 전해들은 홍성수 4·3유족회장 등이 백방으로 김철의씨 등의 고향땅 방문을 돕기 위해 나섰다.

홍 유족회장은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젊은이가 ‘제주 사람’임을 자랑스러워 하고 4·3의 아픔을 표현하는데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이들이 제주 무대에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오는 27일부터 내달 3일까지 진행되는 4·3평화마당극제에 극단 항로는 두 개의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한 작품은 김철의씨의 제주행을 전제로 한 ‘하늘 가는 물고기 바다 나는 새’고 다른 한 작품은 이번 일본에서 초연한 ‘蛇의 島’이다.

김민수씨는 “이번 만큼은 김철의씨와 함께 무대에서 제주를 호흡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며 “4·3유족회 여러분까지 작품을 이해하고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고맙고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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