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여만에 제주 시집간 딸 보러 온 보 티나 트리엔씨 부부

막연한 거리감·걱정 마라톤 현장 보고 안심으로 바뀌어

결혼이주여성만 아닌 ‘도민’행사 긍정의 나비효과 톡톡

 

 

   
 
  ▲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경남윤씨와 아내 휜티 느곡디엥씨, 장모 보 티나 트리엔씨, 장인 휜티 반 느기씨, 딸 슬기양. 한살배기 민혁군은 아빠 품에서 엄마와 누나를 응원했다.  
 

보 티나 트리엔씨(48·베트남)의 표정이 시종 밝다.

멀리 한국 땅에 딸을 시집보내고 난 뒤 좀처럼 펴지 못했던 이마 주름이 쫙 하고 펴진 기분에 발을 가만히 둘 수 없을 정도다.

보 티나씨의 두 딸은 약속이나 한 듯 제주로 시집을 갔다. 언니인 휜티 느곡디엥씨(27)가 7년 전 제주행을 선택한 뒤 몇 년 지나 동생 녹린씨((24)가 제주 며느리가 됐다.

제주에서만 세 명의 손자·녀를 뒀지만 보 티나씨는 이번이 첫 제주 방문이다.

‘혹시나 낯선 땅에서 고생은 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은 잠시. 친혈육보다 더 각별하게 서로를 챙기는 비슷한 처지의 결혼이민 며느리들이며, 제주국제가정문화원 등 지역 차원의 관심은 어머니의 걱정을 눈 녹듯 사라지게 했다.

특히 제주도민과 허물없이 부대끼는 평화의 섬 제주국제마라톤 행사를 지켜보며 마음을 놨다.

보 티나씨는 “일단 두 딸 모두 행복해 보여서 안심했다”며 “걱정했던 것과 달리 누구나 마음을 나누는 자리가 있다는 점 등이 좋다”고 귀띔했다.

이번이 3번째 제주 방문인 아버지 휜티 반 느기씨(56·베트남)도 “내가 잘 살고 있다고 하지 않았냐”며 “이런 자리가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지만 제주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고 거들었다.

7년만에 장인·장모와 자리를 같이한 경남윤씨(47·제주시 애월읍)는 아직 돌도 안된 둘째 민혁이와 운동장을 지켰지만 딸 슬기(7)와 아내, 처제 내외는 비 개인 청명한 제주의 봄을 달렸다.

경씨는 “잘 살고 있다는 100마디 말보다 이렇게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좋았다”며 말을 아꼈다.

느곡디엥씨는 “엄마가 더 걱정 안하시겠다고 하셔서 마음을 놨다”며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행사가 있기는 하지만 도민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 이번 마라톤 대회가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