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웅 논설실장

   
 
   
 
제주국제자유도시의 궁극적 지향점은 홍콩과 싱가포르였다.

관광, 첨단과학기술, 물류, 금융 등 종합산업을 발전시킴으로써 이들 도시국가와 같은 '한국식 자유시장경제모델'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홍가프로젝트'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제주국제자유도시호의 돛을 올린지 10년이 다가는 시점에서 제주비전은 아마도 2050년을 상정하여 새롭게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장기 제주비전을 충분히 견인할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이 매우 미흡하고, 인천 송도와 같은 신흥개발 국제도시나 홍콩 등 기존의 동북아 국제도시들과 비교했을 때 매우 불리한 투자여건과 배후여건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이 잘 드러나 있지 않다는 외부의 평가는 현실론이다.

최근 발표된 2차 제주개발종합계획 작성 용역기관의 중간보고서에도 현재의 방식과 속도로는 국제자유도시 실현이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사망판정을 내렸다.

이 같이 거창한 목표가 장밋빛으로 끝난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을 들 수 있지만 역대 도지사와 공무원 집단의 미래비전과 리더십 부재가 절대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한 의미에서 백승주 교수(고려대)가 최근 제주개발 양상의 문제점을 지적한 내용의 일부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제주개발행정 엘리트집단은 현안에 대한 중앙의존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도한 도정의 개발권한집중 지향성, 도정을 기점으로 산하 개발기관간의 일사불란한 관료주의체제를 구축, 제주홀대론에 안주하면서 현안처리에 대한 무책임성의 정도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는 이와 함께 제주가 한국의 싱가포르가 되기를 원한다면 제주의 '리관유'를 육성하기 위한 장기인재육성 프로그램 개발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지금의 싱가포르는 대충하여 된 것이 아니라 독립운동 하듯 싱가포르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비단 이 같은 의견이 아니더라도 한 지역이나 국가의 흥망성쇠는 지도자가 누구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져왔음을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인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망라하여 그 어떤 공동체이든 복수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한 집단 안에서는 반드시 그 중의 지도자(Leader)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그들을 시장·군수·도지사·수상·총리·대통령 등으로 부른다. 리관유(李光耀)도 싱가포르를 거의 30년 동안이나 장기 집권한 총리였다. 하지만 그에게 독재자라는 수식어보다는 가난한 섬나라를 경제선진국으로 변화시킨 지도자라는 평가가 많다.

오늘날의 싱가포르를 있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리관유는 냉철한 현실감각과 능수능란한 정치술,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지 않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지도자로서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를 세계수준의 금융과 물류의 중심지로 탈바꿈시켰으며 세계 최고의 깨끗한 정부로 만들었다.

당초 싱가포르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던 제주도로서는 리관유 같은 걸출한 지도자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우리라고 그 같은 지도자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물론 국가단위와 지역단위의 차이점 등 비교 자체가 어폐가 있기는 하지만 리더십의 중요성 측면에서는 얼마든지 설명이 가능하다.

싱가포르와 홍콩의 면적을 합쳐도 제주도보다 약간 작다. 인구는 1200만명에 달하지만 제주도에서 두 시간 거리에 인구 500만명 이상의 대도시가 17곳이나 분포돼있다.

그 도시의 합계만도 7억5000만명에 달한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이러한 거대한 여행, 물류, 무역시장이 바로 제주국제자유도시가 발전할 수 있는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구와 인재의 부족도 우리는 싱가포르의 실천적인 노력을 배울 필요가 있다.

제한된 자원 소국으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전적으로 인적자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싱가포르는 외국인 정착과 유학생 증대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제주도민들이 지금과 같은 수준의 도시와 더딘 삶의 질 향상을 선택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그렇더라도 지속가능한 제주지역사회의 유지를 위해서는 통합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가 나와 줘야 한다.

작금 제주도는 현실을 제대로 판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안목을 가진 지도자, 그리고 결단력·인내력을 겸비한 지도자,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기회를 잘 포착하는 능력을 갖춘 지도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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