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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조너선 프랜즌 「자유」

   
 
   
 
지난해 개봉됐던 영화 '라임 라이프'. 진드기에 물렸을 때 옮은 균이 발열과 두통을 일으키다가 심할 경우 신경학적 문제까지 일으키는 '라임병'을 메타포로 가족과 사랑이라는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풀어낸 영화다. 미국 중산층을 배경으로 두려움의 대상이 삶에 일으키는 균열을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씁쓸하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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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세대 작가들 중 최고'라는 극찬을 받고 있는 조너선 프랜즌의 장편소설 「자유」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불현 듯 그 영화를 뒤적인다. 어딘지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른 느낌. 중년 부부의 위기와 세대간 갈등을 바닥에 깔고 사랑의 본질을 훑어간다.

겉으로는 완벽에 가까워 보이는 가족이나 그 안은 곪을 때로 곪았다. 가정적이고 충실한 다국적 기업 변호사에서 '청솔새'지킴이로 젊은 날의 이상을 따라 가버린 아버지, 대학 시절의 사랑과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며 만든 '완벽한' 전업주부의 모습 이면에 풋사랑의 열병을 차마 치유하지 못하고 불륜의 유혹에 빠져버린 어머니, 아버지와의 갈등·어머니의 과보호를 견디지 못하고 여자 친구가 사는 옆집으로 숨어버린 아들까지. 범상치 않다.

3대에 걸친 가족사 속에는 중년 부부의 위기며 세대 간의 갈등 등 오늘을 사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적나라하다. 결론은 화해와 용서, 사랑과 결혼의 본질이다.

단순히 이 것 뿐이었다면 너무도 평이했을 이야기에 작가는 9·11테러나 조지 W. 부시 정권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보수 대 진보, 성장과 분배, 개발과 환경 등 저널리스트와 같은 시각으로 바라본 오늘날 사회의 면면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작가는 1998년 데뷔작 「스물일곱번째 도시」로 와이팅 작가상을 받았다. 세 번째 장편소설인「인생수정」(2001)은 전미도서상을 받는 등 그해 최고의 화제작으로 평가받았다. 그렇게 미국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는 당시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 추천 도서로 선정됐으나 출연을 거부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도서출판 은행나무. 1만7900원. 고 미 기자 popmee@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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