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마케이누'(負け犬·싸움에서 진 개)라는 말이 있다. 칼럼니스트 사카이 준코가 「결혼의 재발견」(2005년)이라는 책에서 최초로 사용하면서 미디어를 통해 널리 퍼진 말이다. 30대 이상의 여성으로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도 없는 여자, 일에는 성공했지만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지 않으면 여성으로서 '패배'했다는 뜻이다. 일본에 이러한 독신 여성이 많아진 이유는 1980년대 말 버블 경제의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경기 호황을 타고 여성들도 사회에 진출해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품이 꺼지면서 많은 여성들은 독신으로 남아 있게 된다.

좋은 직장과 경제력을 가지고 결혼하지 않은 여성들이 늘어나는 것은 이제 새로운 사실도 아니다. 한국에서는 몇 년전 '골드미스'라는 말이 유행했다. 이는 학력, 외모, 경제력 등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췄지만 결혼시기를 놓쳐 혼자 사는 30대 중·후반 커리어우먼을 선망의 시선을 담아 부르는 말이다. 사실 골드미스는 구매력 있는 여성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한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에 의해 유행하게 된 말이기 때문에 한국 여성들의 상황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30대 여성들이 결혼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결혼생활뿐 아니라, 출산과 양육 등을 직장생활과 병행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지금 현상은 1970년대에 출생해 현재 30대 중반인 여성들의 '결혼파업'이라 할 만하다(윤단우·위선호 「결혼파업, 30대 여자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 이 책에서는 "한번 치솟은 미혼율은 쉽게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정책결정자들이 미혼율을 낮출 궁리를 하기 보다 미혼율이 계속 높아질 것이라는 가정 아래 정책을 수립하는 편"이 더 현명할 것이라고 제안한다. 그래서 프랑스의 '팍스'(PACS, 시민연대계약)와 일본의 독신자 공동생활 주택인 '콜렉티브 하우스'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서울시의 30대 미혼인구가 10년새 두배로 늘었다고 한다. 이는 초혼이 늦어진다는 것으로 이에따라 가임기간이 줄어들면서 저출산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만혼·비혼의 증가가 개인의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혼·출산·육아가 부담으로 느껴지는 사회적 여건 탓은 아닐지. 그렇다면 이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김정희 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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