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차갑습니다.연말이 되면 으레 온정의 손길 운운합니다.이러한 온정의 이야기가 어려운 이들에게 얼마의 관심을 나타내는 것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그것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회복하고 나아가 나와 객관적 모든 대상과의 문제를 근본 성(性)으로 돌아가 따뜻한 생명관을 갖게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얼마 전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에 관해 7억 원을 들인 ‘국토연구원’과 ‘스카이레일사’의 용역 결과가 나오면서 제주는 갈등이 조장되고 있습니다.한쪽은 케이블카 설치가 친환경적인 것으로 한라산의 훼손을 방지할 수 있고,나아가 제주에 한라산 등반 관광객이 99년 45만 명에서 2010년에는 100만 명으로 더욱 늘어나 경제적 이득도 가져온다고 주장합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용역 결과를 신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등반객의 수가 일시적으로 증가할지 모르나 점차 감소될 것이며 설사 증가한다고 해도 한라산이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역시 환경파괴만이 남을 뿐이고 지금까지 한라산의 훼손도 등반객 20%,도의 잘못된 정책 80%가 책임있다고 주장합니다.

 나아가 국립공원은 우리 나라의 대표적 풍경지 안의 생태계와 희귀 동·식물 및 문화사적 등을 보호하는 생태계 보호 기능과 온 국민의 원시적 자연 체험과 생태관광 및 휴양과 정서함양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케이블카 설치 문제를 놓고 한라산을 파괴하는 것이냐,얼마나 제주에 이득을 가져다주는 것이냐의 좁은 관점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제주의 이미지,미래적 삶의 보장 등 보다 근원적이고 전체적 시각에서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친환경적이라는 말에는 자연을 인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은 하나라는 의미가 있습니다.친환경적 행위는 인간의 불편과 이용 가치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존재의 본래적 가치를 회복하는 데서 이루어져야 합니다.즉 인간과 자연에 대한 연기적 세계관에서 출발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한라산의 다양한 수직적 동·식물의 분포 군을 관찰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훼손된 지역을 함께 복원하고 그 변화를 늘 지켜보게 하는 교육과 관광을 동시에 하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제주의 관광이 세계인들에게 알려지고 지속적이기 위해서는 제주 하면 떠오르는 의미지가 창출되어야 합니다.남북관계가 급진전되면서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지정하자고들 합니다.거기에는 세계인들에게 부각되고 있는 인권이란 개념의 의미가 들어있고,구체적으로 4·3사건을 어떤 시각에서 정리하고 보상은 어떻게 하는 등등의 문제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평화의 섬 이미지 창출은 제주 관광이 시설 투자와 자연을 주 대상으로 하는데서 벗어나 제주인들이 지난한 역사 속에서 어떻게 이겨내며 살아왔는가 하는 삶을 방문객들에게 보여주는,그럼으로써 삶과 삶이 만남으로 이어지는 것이라 봅니다.그러기 위해서는 제주의 정신적 고향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케이블카설치 문제를 놓고 찬·반간에 지방자치 시대의 성숙된 주민의식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어떤 일이든지 갈등구조를 낳을 수 있습니다. 이때 시간이 지리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해서 다수결의 논리로 일방적으로 몰고 가는 것은 민주적이지 않습니다.그 과정에서 환경의 문제보다도,경제적 손실보다도 더 큰 어떤 것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어떠한 개발이든 사람과 사람의 관계 문제를 풀어 가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여 다시 그 자리로 귀결되기 때문입니다.<오 성·김녕백련사 주지>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