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

   
 
   
 
최근 세계7대경관 투표를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수천건의 전화 투표를 한 공무원을 우수 공무원으로 선정하질 않나 도청 공무원 모두가 하루 종일 세계7대경관 투표에 매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동전만 집어 넣으면 자동으로 투표를 해주는 기계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이런식의 투표 방법은 곤란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 수준의 페어플레이를 실천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하는 것이다. 적어도 우리 제주가 떳떳하게 세계에서 인정하는 7대 관광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을 우리 자신에게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세계7대경관 사업은 외국인 관광객 200만명 유치를 위해서 제주가 유네스코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면서 태동된 것이다. 제주도에서는 이것을 새로운 도전이라고 하고 있다. 2007년에 등재된 세계유산 사업은 앞선 도정의 실적이었다. 새로운 도지사는 전임 지사와는 차별화되는 새로운 치적이 필요한 것이다. 세계7대 경관사업은 앞으로 현 도정의 새로운 실적이 될 것이다.

문제는 도청의 세계유산관리단의 업무가 세계7대 경관에 올인하는 대신에 세계유산을 비롯한 지질공원 사업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지질공원의 올해 예산은 등재 1주년 기념행사를 위한 4000만원이 전부다. 지정 자체에 관심이 있을뿐 후속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유네스코 프로그램에 등록됐다는 것은 유산 관리에 대한 세계인들과의 약속이다. 매년 이미 약속된 계획대로 유산을 관리해야하는 것이다.

세계지질공원의 경우, 지질공원의 인증 기한이 4년으로 한정되어 있다. 4년 후에는 이행여부에 따라 자격을 유지하거나 경고 또는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 지질공원으로 지정받고도 아무일도 하지 않고 있는 제주는 경고 내지는 자격 박탈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럴바에야 애시당초 뭐하러 지질공원에 가입했는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우리 제주는 이른바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유일한 곳이다. 이미 제주의 브랜드 가치는 세계적이다. 전임 지사의 실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비하해 매도하기 보다는 새로운 7대경관 사업과 연계해 잘 활용하는 아량과 지혜가 요구되는 때이다.

한편 제주와 경쟁하는 세계7대 경관 후보지들은 이름만 들어도 위압감을 느끼는 명소들이 대부분이다.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브라질의 아마존, 베트남의 하롱베이, 아르헨티나의 이과수폭포, 오스트레일리아의 대보초, 미국의 그랜드캐년, 탄지니아의 킬리만자로…. 과연 이 지역들과 우리 제주가 경쟁하여 후보지 28곳 중에서 7위안에 들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객관적 판단으로 우리 제주는 전세계인들의 인지도 면에서 위에서 열거한 지역들과 비교가 되질 못한다는게 현실이다. 작년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78만명에 지나지 않는다. 여전히 제주는 국내 관광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제주가 세계7대 경관지에 걸맞는 위상을 갖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관광 콘텐츠 개발이 요구된다. 세계지질공원은 적절한 대안 중의 하나다. 전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매우 독특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입된 지질관광지가 제주도 수월봉에서 조성 가능하다. 또한 제주 곳곳의 지질명소들은 지질관광의 최적지들이다. 세계 최고의 관광지는 멀리 있지 않고 실은 우리 주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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