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섯알오름예비검속희생자영령 제61주기 합동위령제

▲6일 오전 대정읍 상모리 섯알오름학살터에서 열린 섯알오름 예비검속 희생자 영령 제61주기 합동위령제에서 유족들이 명복을 빌고 있다. 한 권 기자.
'트럭에 실려 가는 길 살아 다시 못 오네/ 살붙이 피붙이 뼈붙이 고향마을은/ 돌아보면 볼수록 더 멀어지고/ 죽어 멸치젓 담듯 담가져 살아 다시 못가네…'(김경훈 시 '섯알 오름길'중)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나 둘 눈시울이 붉어진다. 더듬어 찾아간 그 자리서 채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눈물을 훔쳤다.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 번 오작교에서 만난다는 칠월칠석날. 61년 전 이 곳에서 영문도 모른 채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의 흔적이 유족들의 아픔으로 살아나는 순간이다.

백조일손영령과 만벵디영령, 모슬포 절간 고구마창고에 구금됐다가 희생된 모든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섯알오름 예비검속 희생자 영령 제61주기 합동위령제가 6일 오전 대정읍 상모리 섯알오름학살터에서 열렸다.

백조일손유족회(회장 박윤수)와 만벵디유족회(회장 오용승)가 주최한 이날 위령제는 김재윤 국회의원, 김부일 환경부지사, 문대림 도의회의장, 고창후 서귀포시장, 장정언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홍성수 4·3희생자유족회장, 제주도의회 신관홍·강경식·오충진·박주희·구성지·위성곤·김용범·박원철 의원, 양조훈 전 제주도환경부지사, 유족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게 진행됐다.

 날의 아픔을 먼저 느낀 하늘이 먼저 얼굴을 찌푸렸다. 굳게 입을 다문 채 희생된 사람들의 이름을 더듬어 가는 유족들은 가슴이 먼저 울었다. 제대로 소리 내 울 만큼 아직 상처가 봉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랬다는 '말'만 있었을 뿐 그 누구도 확인해 주지 않았던 사실이었다.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섯알오름에서 벌어진 예비검속자 집단학살 사건을 '국가 공권력에 의해 불법 자행된 집단 학살'로 규명하면서 비로소 밝혀진 역사적 진실은 앞에 이들은 다시 상처를 받았었다. 역사에 의해 감춰졌던 '무고한 희생', 그리고 강요된 침묵 때문이다. 아직도 진행형인 역사 속 상처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목 놓아 통곡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지난 2010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고, 지난 6월 이처럼 제주예비검속 사건 희생자 유족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그것은 일부일 뿐이다.

박윤수 백조일손유족회장은 "유해를 확인하는 일 조차 하지 못했을 만큼 큰 아픔을 품고 살아왔다"며 "61년 전 오늘 공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당한 모든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고 희생자 영령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한다"고 전했다.

유족 강유복씨는 "예비검속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한 달 만에 태어나나 유복자로 힘겹게 살아왔다"며 "억울하게 돌아가셨다는 말 밖에 어머님께 전해들은 말이 없어 너무나도 속이 타고 가슴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한 권 기자 hk0828@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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