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수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책자문위원

지난 6.2 지방선거의 핵심 의제 중에 하나가 보편적 복지라고 할 수 있는 '무상급식'이라 하겠다. 무상급식 화두는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데 전국적으로 자치단체간 재정편차로 지역 내 갈등이 있었으나 실시하는 지자체가 늘어났고 - 주민투표까지 가고 있는 서울시는 예외 경우지만 - 이를 계기로 복지는 물론 보건과 의료,교육 등에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진보와 보수 정당 간 정책개발과 전략개발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필자가 생각할 때 이 중 백미는 진보진영의 "역동적 복지국가론"이라 생각하는데 그 안에는 스웨덴사회를 기본 모델로 신자유주의를 배격하며 한국사회의 복지패러다임을 바꿔 놓는 보편적 복지정책들의 백화점이라 할만한 것이다.

보수진영에서도 복지포플리즘을 경계하고 우려하면서도 이전의 잔여적 복지관점과는 파격적으로 다른 공정과 노블레스 오블리쥬,성장과 복지의 결합을 강조하는 진일보한 복지정책들을 꺼내고 있다.

하여튼 우리사회에서 복지가 이슈가 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환영할 만 일이며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는 진보와 보수가 꺼내 드는 복지정책의 하이라이트를 국민들이 감상할 기회를 갖게 될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복지정책들의 성공을 위해서는 우리사회의 부조리한 사익 카르텔을 제거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한국사회는 정치, 행정, 사법, 언론 등으로 대표되는 '공공'이 사익집단에 휘둘리거나 스스로 몰염치한 사익집단이 되어 있다.

따라서 보수와 진보를 초월하여 힘센 사익집단이 사는 곳에는 상식이나 보편적 가치관이 별로 통용되지 않는다. 이들은 각종 편법과 유착을 통해 자신의 노력과 투자 비해 과도한 권리와 이익을 누려 왔다. 하지만 이런 카르텔에 속해있지 못한 다수의 국민들은 험난한 무한경쟁, 독과점과 불공정거래의 파도, 각종 약탈의 파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이다.

단정적으로 말하자면 시장, 경쟁, 개인 자율책임 등의 가치가 기본적으로 왜곡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병폐들은 근래 들어 갑자기 생겨난 부조리가 아니다. 복지논쟁을 얘기할 때 항상 공격대상이 되는 '신자유주의' 사조에만 책임을 돌릴 수 없다는 얘기이다.

이는 봉건주의와 일제식민지시대, 개발독재시대의 잔재들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채 카르텔을 형성하게 한 역사성에 있다고 하겠으며 이러한 카르텔은 중앙뿐만 아니라 지역의 권력과 부의 축적과정에서의 토호세력에도 적용된다. 선진국에서는 세계화,지식정보화, 자유화로 인해 생긴, 너무 풀어놓은 시장이라는 폭력이 사회구성원간 격차를 주고 있는데 비해, 한국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힘센 자의 시장'이라는 폭력이 하나 더 있는 셈이다.

따지고 보면 복지 결핍도 그 뿌리는 힘센 이익집단에 휘둘려 제대로 시장을 작동되지 않은 측면이 크다. 힘을 갖고 각종 특혜와 이익을 원 없이 누리는 그들에게 복지란 귀찮고 자신들의 이익을 덜어줘야 하는 것일 뿐이다. '역동적 복지국가론'을 말하는 진보와 '공정사회'를 말하는 보수 모두 이런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매스를 대지 않고서는 복지국가는 요원하다고 단정한다.

'복지의 보편성'을 말하기 전에 국가와 법보다 더 우위에 있는 사익집단에 경종을 울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해체시키라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이 신뢰를 보낸다. 진보와 보수 누구든지 간에. <고현수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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